통합RPC 쌀값 6만원 결정됐지만…농민단체·농협 갈등 남아
선호성 기자입력 : 2025. 01. 03(금)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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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통합RPC가 2024년산 벼 수매가격을 ‘매입가 5만 9천 원에 장려금 1천 원’을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농민단체는 우선지급금 6만 원 책정과 가격 결정 과정의 농민 참여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민과 농협의 갈등은 단순한 가격 결정을 넘어 농협의 존재 의미까지 묻는 근본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첫 회의부터 파행…농민 참여는 ‘문턱’서 막혀

당초 12월 27일로 예정됐던 영암군 통합RPC 이사회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농민단체가 회의 참관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벌어진 실랑이 끝에 결국 회의는 무산됐다. 김봉식 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 사무국장은 “회의가 시작되고 나서 참관을 요구했더니 반대가 나왔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박도상 통합RPC 대표이사 조합장이 ‘더 이상 회의 진행을 못 하겠다’며 중단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결국 배영수 대표는 월요일 아침 서면의결 방식으로 조합장들을 만나 개별 협의를 통해 가격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결정 과정에 대해 농민단체는 “농민 의견을 철저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웃 강진·해남보다 낮은 가격에 농민들 불만

최종 결정된 가격은 인근 지역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강진과 해남은 6만 1천원으로 결정됐다. 정철 농민회장은 “우리 농민들이 요구한 것도 6만 1천 원이었는데, 이웃 지역은 해주고 우리는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농민들의 이러한 반발 속에서 RPC는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었다.


적자 우려에 발목 잡힌 RPC

배영수 대표는 “현재 실거래가가 5만 8천 원 수준인 상황에서 전남 내 대부분 지자체가 5만 5천 원에서 5만 7천 원으로 결정했다”며 “큰 손실이 예상됨에도 농민들을 위해 6만 원선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통합RPC는 소속 농협에서 나락을 받아 쌀을 판매하는 구조로, 6만 원으로 나락을 살 경우 현재 시장가로는 원가 보전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올해 안에 착공 예정인 150억 규모의 통합RPC 현대화 사업으로 인한 추가 부담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대화 사업은 노후화된 시설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지만,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용 증가는 RPC의 재정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지급금이 키운 불신의 골

농민들은 이 같은 RPC의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당초 우선지급금을 6만 원으로 결정했더라면 전체적인 쌀값이 이 정도로 하락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농협과 RPC가 쌀값은 낮게 책정하면서도 영암군의 ‘쌀가격안전경영지원사업비’ 12억원 등 각종 지원금은 받으려 한다며 불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적인 쌀값 하락 현상은 영암 지역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은 한 가마니(80kg)당 18만 4,700원으로, 작년(20만 2,797원) 대비 9%나 하락했다. 정부가 약속했던 ‘수확기 산지 쌀값 20만원’ 목표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공공비축미 가격이 1등급 기준 작년 7만원에서 6만 3,510원으로 떨어지면서 품질 하락으로 정부 수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농가들의 타격이 컸다. 이는 자연재해나 병충해 등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들에게 이중고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암읍 농협이 피해벼 출하 농가에 한해 가마당 2천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쌀값 결정을 둘러싼 이번 갈등은 결국 농협의 정체성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농협하고 농민단체가 그나마 소통해 왔었는데 올해 들어 완전히 깨져버렸다”는 김 사무국장의 말처럼, 농협이 과연 농민을 위한 조직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불신은 앞으로 영암 농업의 미래와 직결된 통합RPC 현대화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15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영암 쌀의 품질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프로젝트다. 하지만 김 사무국장은 “통합RPC가 행정에 끌려서 억지로 가는 모양새”라며 “현재보다 몇 배의 적자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역 농협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이라는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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