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벼멸구 피해 심각, 농업재해 인정 놓고 정부-농민 갈등
선호성 기자입력 : 2024. 10. 02(수)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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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의 벼멸구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9월 30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내 벼멸구 피해면적은 1만 9,603헥타르로, 전체 벼 재배면적(14만 8,000헥타르)의 13.3%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2만 7,456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영암군의 경우 전체 벼 재배면적(1만 4,123헥타르)의 약 10%인 1,200헥타르가 피해를 입었으며, 특히 영암읍과 금정면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농업재해 인정 갈등

전남도는 이번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 줄 것을 정부에 네 차례나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행법상 ‘이상고온’이 농업재해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인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농림식품부는 지난달 24일 벼멸구 피해 벼 전량 매입을 결정했다.

농업재해 인정과 피해 벼 매입은 그 성격과 영향력에서 차이가 있다. 농업재해로 인정될 경우 농가는 복구비 지원, 대출 상환 연기, 이자 감면 등 종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피해 벼 매입은 당장의 소득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일회성 대책에 그친다.

정광현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타 시·도와 공동으로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으며, 지역 국회의원들과도 협력하여 지원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민들의 이중고와 대책 요구

농민들은 쌀값 하락에 벼멸구 피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9월 26일, 광주·전남 지역 농민단체들은 전남도청 앞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농민단체들은 올해 여름 폭염으로 벼멸구 피해가 급증했다고 설명하며, 정부에 여러 가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벼멸구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피해를 입은 벼를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으로 매입하고, 신속한 피해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정부 대응 체계의 문제점

이번 피해와 관련해 정부의 대응 체계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2024년 병충해 관련 예산이 11억 3천만 원으로, 2021년 39억 7천만 원에 비해 71.5% 삭감된 점이 도마에 올랐다. 또한, 현재 농촌진흥청 중심의 예찰·방제 시스템으로는 대규모 병충해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응해 전남도는 32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긴급방제를 지원하고 있으며, 영암군 등 일부 지자체도 자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기적 대책 필요성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농업재해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 전문가들은 “현행 농업재해대책법은 기후변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재해에 대한 대응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농업재해대책법 개정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농업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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