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시민군 돌린저 “영암은 내 가족”…45년만의 감동 재회
62개 단체 참여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5.18 45주년 기념식
선호성 기자입력 : 2025. 05. 23(금) 10:40

“여러분은 제 가족의 일원입니다. 영암 사람들은 제가 돌려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오늘의 저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지난 16일 영암청소년센터 공연장에서 열린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영암 기념식’에서 ‘푸른 눈의 시민군’ 데이비드 돌린저(임대운)의 특별 증언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당초 영암군청 앞 광장에서 개최 예정이었으나 우천으로 실내 행사로 변경됐음에도, 행사장은 400여 명의 참석자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역 참여
이날 행사는 (공법단체)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영암지회와 영암5·18민중항쟁 45주년 기념행사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됐다. 특히 올해는 지역 내 62개 기관·사회단체·종교계·언론·정당 등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기홍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영암지회장은 “작년에는 45개 단체였는데 올해는 20개가 늘었다”며 “내년에는 10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단체가 증가한 배경에는 지난해 벌어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고조된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5·18 민주화운동이 현대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과거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중요성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다.
행사에 앞서 영암 ‘한살림’ 달마을공동체는 주먹밥 나누기 부대행사를 진행했다. 이는 1980년 5월 당시 영암여고 학생들이 광주 시민들에게 지원했던 역사적 사실을 재현한 것으로, 평범한 시민들의 연대와 나눔의 정신을 상징했다. 참석자들은 주먹밥을 함께 나누며 45년 전 참여 정신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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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전 영암에서 시작된 인연, 역사의 현장에 서다
이날 행사의 핵심은 5·18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데이비드 돌린저의 특별 증언이었다. 1978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와 영암보건소에서 2년간 결핵환자를 돌보며 ‘임대운’이라는 이름을 얻은 돌린저는 5.18 당시 광주에서 계엄군의 무전을 감청하고,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의 외신 기자회견을 통역하는 등 활동했다.
돌린저는 “45년 전 제 인생이 변화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영암에서 살고 일하면서 많은 시간을 관찰하고 듣고 때때로 이야기하는 데 보냈다. 많은 것을 배웠고 제 인생은 영암 사람들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5월 18일은 광주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영암에서도 일어난 일”이라며 “영암 사람들이 1980년 기여한 공헌과 희생을 항상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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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의 5.18 민중항쟁 역사 재조명
이날 행사에서는 518 부상자회 손철식 회원이 영암의 5.18 민중항쟁 경과보고를 통해 지역의 역사적 역할을 되살렸다. 손 회원은 “현재까지 영암 사람들의 5.18 항쟁에 기록된 참여자들은 총 112명”이라며 지역별 참여자들의 이름을 낭독했다.
특히 시종면에서는 예비군 무기고를 탈취하고 실탄을 확보해 광주 시민군에게 전달했던 역사적 사실을 증언했다. 이기홍 지회장은 “영암은 광주시를 제외한 전라남도 시군 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가 구속됐다”며 “시종지서 무기고를 탈취하고 그 무기를 나주까지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암여고 학생들의 주먹밥 만들기 참여 등 지역민들의 다양한 지원 활동도 소개됐다. 손 회원은 “항쟁 기간 중 사망자 4명과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20여 명, 구속자 37명 등 많은 영암 군민이 희생됐다”고 전했다.
“45년의 세월, 5.18 정신은 계속된다”
우승희 군수는 기념사에서 “80년 5월 우리 영암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망이 있었다”며 시종지서 무기고 탈취를 이끈 전수영 씨, 계엄군에 맞서 싸운 김강 씨, 주먹밥을 지어 광주 시민들에게 보낸 영암여고 학생회장 임명숙 씨 등 지역의 수많은 참여자들을 언급했다.
박종대 의장은 “5.18은 이제 자유와 정의의 상징이 돼 전 세계 민주화 운동의 본보기가 되었다”며 “45번째 맞는 5월 18일, 우리는 다시 한번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꿔 나갈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교육장은 “45년 전 광주 시민과 전남 도민들의 정신이 2024년 12월 3일 밤에 다시 살아나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해제시켰다”며 “80년 5.18이 2024년 대한민국을 구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홍 지회장은 대회사에서 세상을 떠난 5.18 참여자 김재기 씨를 추모하며 “트라우마 때문에 가족과 함께 생활하지 못하고 혼자 떨어져 살다 고독사했다”며 아픔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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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문화제, 참여 단절로 아쉬움 남겨
행사는 1부 기념식에 이어 2부 문화제로 이어졌다. 삼호 학부모밴드 공연, 하모니카 연주, 영암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의 댄스공연 등 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다만 2부 문화제에서는 군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회단체장들이 대거 퇴장하면서 1부 기념식과 달리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5.18정신을 되새기고 세대 간 공감을 나누는 통합의 장으로 기획된 문화제가 주요 인사들의 참석 없이 진행된 것은 행사의 연속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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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은 추모를 넘어 민주주의 수호자 축제의 장”
이번 행사 실무를 총괄한 권혁주 영암참여행동 집행위원장은 “5.18 민중항쟁을 영암에서 518 부상자회, 공로자회를 비롯한 5.18 단체와 민주단체, 사회단체 그리고 종교, 언론까지 여러 60여 개 단체가 하나가 돼서 행사를 진행한 것, 특히 한 400여 명의 군민들이 참석해 행사를 진행한 것을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집행위원장은 특히 “영암에서의 5.18 역사를 잘 정리하고 데이비드 돌린저 씨를 비롯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잘 알리고 정립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이번 5.18은 추모와 기념뿐만 아니라 특히 2024년 12월 내란 비상계엄에 맞서 싸웠던 우리 시민들, 군민들,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킨 민주주의 수호자로서의 축제의 장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념행사위원회는 오는 31일 광주 일대로 5.18 사적지 순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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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제46주년 5·18기념행사 개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