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로 환경영향평가 ‘졸속’…전면 재수립 요구
송전선로 공청회, 남은 질문 ③ 환경영향평가

계절별 조사·협의회 이행 논란
보호종 22종…영향은 ‘미미’
경관 좌우 2km·대안 비교 논란
인구·주거는 공사 중 변화만 평가
선호성 기자입력 : 2026. 10. 16(금)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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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대표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계절별 생태조사와 대안 노선 검토가 부실하고, 환경과 주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영암군청소년센터에서 열린 주민공청회에서 주민 측 의견진술자로 나선 김혜정 지속가능발전연구센터 대표는 조사 기간과 범위,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의견 반영 여부, 경관과 전자파 영향 분석 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업 시행으로 예상되는 피해를 미리 파악하고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할 환경영향평가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주민참여 문제는 초안이 나오기 전부터 제기됐다. 본지는 지난 5월 평가항목과 범위를 정하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가 서면으로 심의됐고, 영암지역 주민대표로는 영암읍 이장단장 한 명만 참여해 금정면과 신북면 주민대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당시 협의회의 검토 결과가 실제 조사와 평가에 제대로 반영됐는지까지 문제로 떠올랐다.


계절별 조사 부족…협의회 요구는 반영됐나

김 대표가 먼저 문제 삼은 것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생태환경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조사였다.

그는 환경영향평가서에 봄·여름 조사 위주로 기재돼 있으며, 동계조류 조사도 한 차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철새의 이동과 계절별 식생 변화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도 현장조사가 제한적이고 문헌조사에 의존했다는 비판이다.

조사 범위 역시 문제로 꼽았다. 한전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요약문에 따르면 육상식물은 선로 중심선 좌우 1km까지 문헌조사를 하도록 했지만, 현지조사 범위는 좌우 300m로 설정됐다. 포유류와 조류는 좌우 500m, 양서·파충류와 육상곤충류는 좌우 300m가 현지조사 범위다.

김 대표는 야생동물과 조류의 이동 범위 등을 고려할 때 이처럼 제한된 조사로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서 사계절 특성을 반영한 조사와 조사 범위 확대 등을 요구했지만, 실제 평가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전 유성웅 차장은 사계절 조사를 기본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번 사업의 평가가 빠르게 진행된 점은 인정했다. 일부 현지조사 범위를 300m로 설정한 것도 한전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환경영향평가협의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평가서에 봄·여름 조사만 기재돼 있다며 사계절 조사를 진행했다는 한전의 답변을 반박했다. 협의회가 계절별 조사와 조사 범위 확대 등을 요구했는데도 실제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면, 협의회 결정을 따랐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사 기간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요약문에는 올해 3월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서면심의와 5~6월 평가항목 결정내용 공개가 추진 경과로 기재돼 있다. 당초 추진계획에는 7월 초안 접수와 공람 등이 예정돼 있었으며, 실제 주민 공람은 8월 14일 공고됐다.

김 대표는 협의회 심의 이후 짧은 기간에 다양한 동식물의 생태와 소음·진동, 수질, 경관 등 광범위한 환경영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사 기간과 범위가 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적절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남았다.

이러한 논란은 환경영향평가서가 내린 생태계 영향에 대한 판단과도 연결된다.

초안 요약문에는 현지조사에서 삵과 수달, 담비, 하늘다람쥐, 재두루미, 수리부엉이 등 국가보호종 22종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구간 일부는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과 인접하거나 이를 포함하고 있다.

또 전체 사업구간에서 예상되는 산림훼손면적은 41만5,757㎡에 달한다. 철탑부지에서 9,320주, 자재적치장에서 2만7,868주 등 모두 3만7,188주의 수목이 훼손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럼에도 평가서는 국가보호종의 활동권과 이동성 등을 고려할 때 사업으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철탑부지의 훼손면적이 크지 않아 생태축에 미치는 영향도 미약할 것으로 판단했다.

생태계 훼손과 보호종에 대한 영향이 예상되는 사업에서 이러한 결론을 내리기까지 조사와 분석이 충분했느냐는 것이 김 대표의 문제 제기다. 특히 철새 이동과 계절별 서식환경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면 그 결과를 토대로 내린 영향 예측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사업구간도(총연장 73.2㎞).


경관은 좌우 2km…대안 노선 비교도 쟁점

생태계 조사에 이어 경관평가와 대안 노선 검토의 적정성도 도마에 올랐다.

김 대표는 수십 미터 높이의 철탑이 연속적으로 설치되는 사업에서 경관 영향을 보다 넓은 범위로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서도 선로 좌우 약 5km까지 경관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요약문에 설정된 경관평가 범위는 선로 중심선 좌우 2km다. 한전은 주요 주거지와 주민 활동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예비조망점 44곳을 선정한 뒤, 송전탑이 보이는 범위와 주변 경관 등을 분석해 최종 10곳에서 경관변화를 예측했다.

평가 결과 송전탑 건설에 따른 경관변화가 예상되지만, 지형과 건축물, 수목 등에 가리거나 배경 산지에 묻히는 정도에 따라 조망점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훼손지와 식생 복구, 비탈면 보호, 송전탑 도색 등의 저감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문제 삼은 것은 정해진 조망점에서 송전탑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분석했느냐는 데 그치지 않았다. 송전탑이 주변 생활권과 자연경관에 미칠 영향을 충분한 범위에서 살피고, 다른 노선이나 설치 방식을 선택했을 때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대안 노선의 비교와 선정 근거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제시된 세 가지 대안 가운데 특정 안을 선택한 이유와 각 대안의 장단점을 판단할 객관적인 비교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산악지형과 마을의 위치, 지중화 가능성, 철탑 배치 조정 등을 수치와 자료로 비교해 주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전선로가 지나갈 노선을 정해놓고 환경영향을 예측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환경적 피해가 더 적은 대안은 없는지 충분히 검토하고 그 선정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 이후에도 계속될 주민의 삶은

환경영향평가의 또 다른 쟁점은 주민들이 장기간 감당해야 할 생활상의 변화가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됐느냐는 문제다.

김 대표는 전파장해 관련 현장조사가 제한적이라며, 영암에서는 영암읍 청룡 일대 한 곳에서만 조사했다고 지적했다. 또 송전선로가 영암읍과 금정면, 신북면을 지나는데도 주민들의 전자계 노출과 안전성을 판단할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요약문에서는 선로 중심선 좌우 500m를 전파장해 평가 범위로 설정하고, 송전선로 설치 후 수신장해와 전자계 발생에 따른 인체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자계 영향을 줄이기 위해 관련 평가기준에 맞춰 설계하고, 민원이 발생하면 주민과 협력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장기적인 생활 변화에 대한 검토도 살펴볼 대목이다.

초안 요약문에서 사회·경제환경 분야의 인구와 주거 항목은 모두 공사 중을 평가 시점으로 설정했다. 인구 변화는 공사 인력 유입에 따른 일시적인 증가를 예상했고, 주거 변화는 지역단절이나 시설물 철거, 주거시설 편입 등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별도의 저감방안도 수립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청회에서 주민들이 제기한 생활의 문제는 주택이 철거되거나 토지가 편입되는지에 그치지 않았다. 송전철탑이 들어선 이후에도 그 주변에서 농사를 짓고 생활하며, 마을을 유지해야 하는 주민들의 현실에 관한 것이었다.

기존 송전철탑과 40년 넘게 살아왔다고 밝힌 영암 주민 김구일 씨는 마을에 사람이 줄어들고 고령 주민들이 남아 있는 현실을 설명하며, 철탑의 위치를 정하는 것뿐 아니라 그 주변에서 앞으로 누가 살아갈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가 제기한 문제는 공사 기간의 일시적인 인구·주거 변화보다 훨씬 긴 시간에 걸친 주민의 삶이었다. 환경영향평가의 인구·주거 항목이 시설물 철거나 주거시설 편입 여부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처럼 계절별 생태조사부터 경관과 대안 노선, 주민의 장기적인 생활 영향까지 구체적인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충분한 답변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전은 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별도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은 담당 부서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환경영향평가 담당자는 참석하지 않았고, 공청회 주재자도 제기된 의견을 정리해 추후 담당 부서에서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주민 측이 제기한 것은 단순한 설명 부족이 아니라 환경영향평가의 조사와 판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전이 이러한 부실 지적을 어떻게 검토하고 평가에 반영할 것인지가 향후 공청회의 주요 쟁점으로 남았다.
송전선로 | 주민공청회 | 환경영향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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