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후계농 자금난, 감사원도 제도 허점 지적
농식품부 수요 예측 미흡
유예 없는 추가심사 도입
영암 108억 부족 현실화
선발·예산 연계 과제로
선호성 기자입력 : 2026. 06. 19(금)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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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운영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자금 수요 검토와 사업방식 변경 관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본보가 보도한 영암 후계농 육성자금 배정 탈락 사태가 단순한 지역 현장의 혼선이 아니라, 선발 확대와 자금 총량 관리가 맞물린 제도적 문제였음이 감사 결과로 확인된 셈이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공개한 ‘주요 농업정책자금 지원사업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서 농식품부에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 사업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 요구했다. 농식품부가 청년 후계농 선발 인원을 확대하면서도 예상 소요자금 검토와 자금 한도 조정을 충분히 하지 못해 조기 소진과 대출 지연을 초래했다는 판단이다.


선발 확대, 자금은 제자리

감사원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2023년 11월 육성자금 조기 소진을 겪었다. 이후 청년 후계농 선발 인원이 늘어난 반면, 2024년 융자 규모는 전년과 같은 8,000억 원으로 유지됐다. 자금 소진이 예상됐는데도 미리 한도 조정 등 대비를 하지 않아 2024년 8월 신규 대출이 중단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사업방식 변경 과정도 문제로 지적됐다. 기존에는 청년 후계농으로 선정되면 별도 자금 배정 심사 없이 필요한 시기에 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2024년 12월 유예기간 없이 2025년부터 상·하반기 시·도별 자금 한도를 두고, 별도 자금 배정 심사를 거쳐 선정된 대상자에게만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 결과 2025년 상반기 자금 배정 심사에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선정된 청년 후계농 2,959명이 자금 배정을 신청했지만, 실제 배정 인원은 764명에 그쳤다. 기존 방식이었다면 별도 심사 없이 자금을 신청할 수 있었던 청년농 상당수가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으로 적기에 대출을 받지 못한 것이다.

감사보고서에는 자금 지원을 신뢰하고 농지 매입이나 시설공사를 준비한 청년농들이 계약 파기, 추가 비용 부담, 대체 대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도 제시됐다. 감사원은 농식품부가 선발 규모 확대에 따른 자금 수요 증가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사전 대응이 미흡했다고 봤다.


영암서 드러난 108억 공백

감사보고서에는 영암 피해 사례도 포함됐다. 전남 영암의 한 청년농은 농지 잔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매도인으로부터 토지매매가에 대한 은행 이자 상당액인 월 80만 원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충남 부여와 충북 음성 사례도 함께 제시하며, 자금 미배정이 시설공사 지연, 민사소송 경고, 제2금융권 대출 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본보가 지난 2월 보도한 영암의 2026년 상반기 상황도 같은 구조 안에 있다. 당시 영암군 후계농 육성자금 신청 인원은 35명, 신청액은 130억 4,800만 원이었다. 여기에 2025년 하반기 연장분 31억 3,100만 원을 더하면 총 필요액은 161억 7,900만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실제 배정액은 52억 9,400만 원에 그쳤다. 부족액은 108억 8,500만 원이었다. 연장분을 제외한 신규 배정 가능액은 약 21억 원 수준으로, 신청자 35명 가운데 6명만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피해 우려도 현실화됐다. 본보는 당시 한우 사육을 준비하던 40대 A씨가 축사 매매계약금 5,000만 원과 시설 정비비 1,000만 원을 투입한 뒤 2026년 상반기 배정 평가에서 제외돼 손실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장에서는 적정한 농지나 축사가 나오면 계약을 미루기 어려운 만큼, 선정과 자금 배정 사이의 간극을 농가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암군도 당시 정부에 부족분 추가 배정과 평가 기준 정비 등을 건의하는 수준의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는 이 문제가 특정 지역의 집행 혼선이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의 선발 규모 확대와 자금 총량 관리가 어긋난 데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였음을 보여준다.


남은 과제는 예측 가능성

감사원은 농식품부에 앞으로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이 조기 소진되는 일이 없도록 선발 인원과 예상 소요자금을 면밀히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또 사업방식을 변경할 경우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해 청년농들이 변경된 제도에 대비하지 못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 조치했다.

농식품부는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과 귀농창업자금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 예산 총량과 배정 기준, 기존 선정자 보호 장치가 어떻게 바뀔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다.

현장에서는 후계농 선발 확대가 영농 정착으로 이어지려면, 선발 규모와 예산 수요를 연계한 예측 가능한 자금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정 이후 자금 배정 여부가 다시 불확실해지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청년농의 영농 계획과 정책 신뢰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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