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전력망인가”…송전선로 건설 명분 공방
송전선로 공청회, 남은 질문 ② 사업 필요성

하승수 “수도권 수송 위한 사업”
평가서엔 ‘지역 간 융통선로’
한전 “지역 계통 보강도 필요”
지산지소 강조 속 계획 재검토 요구
선호성 기자입력 : 2026. 10. 16(금)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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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가 누구의 전력 수요를 위해 건설되는지를 놓고 주민공청회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주민 측은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장거리 송전망 건설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비판했고, 한국전력은 지역 내 재생에너지 연계와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에도 필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영암군청소년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한전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전력망 연결도를 근거로 사업의 목적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전선로가 왜 필요한지, 누구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인지 검토하지 않은 채 지역 주민들에게 건설에 따른 부담을 받아들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영암 주민 강연에서도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비수도권에 송전망을 건설하는 구조를 ‘에너지 식민지화’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신해남-신장성 사업의 공식 자료와 연결해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지역 간 융통선로”…수도권 연결망 지적

하 변호사가 먼저 주목한 것은 한전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명시된 사업 목적이었다.

초안 요약문은 이 사업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며, 재생에너지 보급이 증가하는 전남권의 생산전력을 안정적으로 수송하고 ‘지역 간 융통선로’를 건설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 변호사는 이 표현을 근거로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가 영암지역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한 장거리 송전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신해남에서 장성으로 이어지는 사업구간만 볼 것이 아니라, 장성 이후 다른 송전선로와 연결돼 수도권까지 이어지는 전체 전력망 구조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청회에서 한전이 배포한 계통도와 환경영향평가서에 실린 계통도를 비교하며 설명 자료의 차이도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장성 이후로 이어지는 송전망을 확인할 수 있지만, 공청회 배포 자료에는 신장성·신광주 이후 연결 구간이 표시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 변호사는 전체 송전망의 연결 구조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은 채 해당 사업구간만 설명해서는 주민들이 실제 건설 목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송전설비의 전압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에서 345kV 설비를 지역 간 간선 계통망을 구축하거나 도심지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경우에 설치하도록 규정한 점을 들었다. 345kV 송전선로가 농촌지역의 일반적인 전력 수요보다 지역 간 대규모 전력 수송을 위한 시설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는 전체 76.87km 가운데 영암지역을 약 23km 통과하며, 영암에는 송전철탑 67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지중화 구간은 없다.

하 변호사는 이처럼 지역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전력이 어디로 이동하고 누구에게 필요한 것인지부터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전의 사업시행계획서는 사업 목적을 지역 전력계통 보강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고 있다.

계획서에는 전남광주지역 개발에 따른 신규 전력 수요와 재생에너지 접속용량 증가에 대비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계통을 보강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설 변전소와의 연결을 통한 분산형 전원 수용능력 확보, 환상망 구축에 따른 전력공급 안정성 향상, 지역 재생에너지 연계 용량 확대 등도 사업 효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가 어느 지역의 전력 수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현재 계획된 노선 외에 다른 방식으로 그 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지까지 판단하기 어렵다. 하 변호사의 문제 제기는 이러한 사업의 필요성과 대안 검토에 맞춰져 있었다.

▲ 지난 7일 영암군청소년센터에서 열린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사업 공청회에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가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산단과 송전망 확충의 관계

하 변호사는 장거리 송전망 건설이 필요한 근본적인 이유로 발전시설과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한전이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 등을 전력망 확충의 명분으로 제시한 데 대해, 산업의 성장 자체보다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사용하는 지역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 장거리 송전망 건설을 불러온다고 반박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발전시설이 집중된 지역에 배치하면 장거리 송전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와 전력이 풍부한 곳에 산업을 배치하는 ‘지소지산’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는 2023년 3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계획이 발표된 뒤 같은 해 수립된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가 포함된 사실을 지적했다.

당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는 약 10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 변호사는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을 집중시키는 정책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망 확충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하 변호사가 제기한 핵심은 수도권 중심의 산업 배치가 비수도권의 송전망 건설 부담을 키우고 있으며, 전력 수요시설을 지역에 분산하는 정책으로 그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에너지 정책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29일 국무회의에서 호남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까지 끌고 가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취지로 지적하며 지산지소 원칙을 강조했다. 전력을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하는 기업에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하 변호사는 이를 거론하며 정부가 지산지소를 강조한다면 과거에 수립한 송전망 건설계획 역시 새로운 정책 방향에 맞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력 생산과 소비의 지역적 균형을 추진하면서 기존 장거리 송전망 확충계획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전력 수요시설의 지역 분산과 관련한 새로운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와 한전, 반도체 기업 등은 지난 8월 호남권 반도체산단에 2029년부터 약 3GW의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이후 공급능력을 6GW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초기 공급선로는 신장성-신광주 송전선로에서 분기하는 방식으로 계획됐다.

하 변호사 역시 호남권 반도체산단 계획이 추진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도, 용인 국가산단을 그대로 유지한 채 호남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추가하는 방식이 지역 분산의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전력 소비시설의 입지를 바꾸는 것이 장거리 송전망 건설을 줄이는 핵심이라며, 기존 산업 입지계획과 송전망 확충계획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전 “지역 계통 안정에도 필요”

한전은 수도권 전력 수송을 위해 송전선로를 건설한다는 주장에 대해 지역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한전 계통기획처 남윤호 차장은 공청회에서 호남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 변전소에는 이를 연결할 물리적인 여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발전설비가 늘어나면 생산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수용할 변전소와 송전망도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발전량과 전력 소비량의 균형이 무너지면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우므로, 생산한 전력을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보낼 수 있는 연결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 차장은 이러한 필요성이 단순히 용인 반도체산단으로 전기를 보내기 위한 것은 아니라며, 지역의 재생에너지 접속과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시설이 발전지역으로 분산돼야 한다는 점에는 한전도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전 역시 정부에 전력 수요시설의 지역 이전 필요성을 요청하고 있으며, 수요가 지역으로 분산되면 전력망 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성웅 차장은 전력계통이 발전지역에서 수요지역으로 전기를 일방적으로 보내는 구조가 아니라, 발전량과 수요 변화에 따라 전력을 주고받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양측이 사업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하 변호사는 수도권에 집중된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장거리 송전망을 확대하는 정책이 타당하냐고 물었다. 반면 한전은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연결하고 전력 수급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송전망 보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전력 소비시설의 지역 분산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했지만, 그 변화에 맞춰 기존 송전망 건설계획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달랐다.

하 변호사는 장거리 송전망 확대가 전압과 주파수의 불안정을 키워 대정전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전은 반대로 지역 간 전력망을 연결하고 보강하는 것이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전망 확충의 효과와 위험에 관한 양측의 주장은 기술적 검토가 필요한 쟁점으로 남았다.

하 변호사는 기조발제 말미에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계획의 백지화와 전국 송전망 확충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전력 수요시설의 입지를 분산하면 지금처럼 많은 장거리 송전선로를 건설할 필요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역시 변화한 에너지 정책과 전력 수요를 반영해 건설 필요성부터 다시 검토하고, 기존 입지선정 절차도 새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공청회에서 한전은 지역의 재생에너지 접속과 전력공급 안정성을 위한 송전망 보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영암지역 23km에 송전철탑 67기를 설치하는 현재 계획이 반드시 필요한지, 산업 입지와 전력 수요를 조정하는 다른 대안은 없는지를 둘러싼 이견은 해소되지 않았다.
송전선로 | 주민설명회 | 환경영향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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