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惻隱之心 非人也
무측은지심 비인야
無羞惡之心 非人也
무수오지심 비인야
無辭讓之心 非人也
무사양지심 비인야
無是非之心 非人也
무시비지심 비인야

상대방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
악한 일을 행하고도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
어울리지 않는 것을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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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유 전 이사장은 재판 직후 “제가 부분 유죄가 나왔다고 한 장관이 상 받을 일 한 것 아니다”라면서, <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라는 말을 남겨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무수오지심 비인야.’ 맹자(孟子)의 ‘사단(四端)’에서 나온 말이다. 《맹자》<공손추 편(公孫丑 篇)>에 이 ‘사단’에 관한 말이 있다. 이참에 맹자의 사단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까 한다.

맹자의 사상은 위의 사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양심의 네 가지 작용을 말한다. 남의 불행을 가엾게 여기고(측은지심), 불의를 미워하며(수오지심), 사양하고 겸손하며(사양지심), 옳고 그름과 선악을 구별하는(시비지심) 기본적인 선의 싹을 일컫는다고 보면 된다.

사단의 ‘단’은 ‘단서, 징조, 싹’ 등을 뜻한다. 따라서 선의 단에 수분과 양분을 듬뿍 주면 무럭무럭 자라 덕이라는 결실을 맺는다는 뜻이다.

본디 맹자는 이러한 사단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본질은 선하다고 주장했다. 사랑하는 마음에 정의로운 마음이 합쳐진 것을 ‘인의’라고 하고, 맹자는 이 ‘인의’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맹자가 말하는 이 네 가지는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그래도 우리가 이걸 모르고 실행하지 못한다면 맹자께서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 우선은 이 네 가지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첫째, 무측은지심 비인야.

‘상대방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고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처지보다 못한 사람들이나 동물에 대한 불쌍한 마음이 있다. 우리 주위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확충되면 ‘인’이 된다고 한다.

둘째, 무수오지심 비인야.

‘악한 일을 행하고도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는 말이다. 즉 인간이라면 자신이 저지른 악한 일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유 전 이사장이 한동훈 장관을 향해 남긴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수오지심의 마음이 확충되면 ‘의’라는 덕목이 된다.

보통 사람 중에는 악행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들이 제법 많다. 그 이유인즉슨 본래 선과 악의 기준을 모르기에,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선하다’라고 착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 무사양지심 비인야.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을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는 말이다. 사람은 자신이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 모른다. 그래서 모든 것을 욕심으로 채우려고만 한다. 자신을 찾지 못하고, 특히 마음이 공허한 인간들이 더욱 그러하다. 사양은 양보와 절제를 오랫동안 수행한 사람의 몸가짐을 말한다. 맹자는 이를 ‘예’라고 일컬었다.

넷째, 무시비지심 비인야.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는 말. 인간의 ‘시비이해(是非利害)’를 가릴 수 있는 마음은, 진리를 깨치지 못하면 알기 쉽지 않다고 한다. ‘지’라는 덕목의 완성은 궁극의 실력이기에 그렇다고 한다.

수천년전 맹자의 인의예지 덕목은 지금의 일상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특히 남을 헤아리는 마음과 정의로운 마음을 가지고 행동할 때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