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온다. 언제나 그렇듯 빨간 날이 빨간 날에 있으면 도무지 빨간 날 같지 않은 억울한 기분이 든다. 불자가 아닌지라 석가의 가르침보다는 연휴의 안식만이 필자를 열반의 경지로 이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때문이다.

이전에도 밝혔듯이 필자는 무교다. 게다가 사실 불교에 대해 남들 아는 만큼의 지식조차도 없다. 고작 인연이라곤 일상에서 가끔 바람 쐬러 유명사찰에 가 탑이나 탱화 구경을 하고 취재 차원에서 스님 몇몇 분들을 만나 뵌 게 다일 뿐이다.

필자에게 불교란 그저 단순 무식하게 정의를 해보자면 ‘집착을 버려 마음을 비워서 근심을 지워내 해탈을 하게 되면 열반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종교’라고만 알고 있다. 언뜻 일상에 대입해보자면 세속의 탐욕에 찌든 필자의 몸뚱이를 위해 결코 실패하지 않을 혹독한 다이어트 요법을 제시하는 지침 같기도 하다. (나에겐 매슬로우가 최고다!)

여하간 이번에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이쪽에 관한 글과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게 됐다. 구약·신약성서를 살펴볼 때와 같이 그 원류에 대한 온전한 호기심에 이런저런 자료들과 서적들을 살피며 간단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불교의 시초인 석가의 본래 가르침은 어떤 것이었을까? 《법구경》은 ‘깨달은 자’인 석가의 말씀을 시 형식으로 엮은 경전이다. 불교의 모든 것은 여기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불교의 기본

‘진리의 말씀’이라는 뜻인 《법구경》은 불교의 가르침을 짧은 시 형식으로 엮은 불경을 말한다. 우리가 아는 석가의 입적 후에 나온 경전 중에서도 《숫타니파타》와 함께 비교적 빠른 시기에 편찬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부처의 실제 육성에 더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필자의 주위에 몇 안 되는 불자께서 하시는 말이 부처님께 가까이 다가가려면 부처님의 시대와 가까웠던 《법구경》은 필독서라면서 적극 권장하고 있다.

《법구경》은 지극히 간결하면서도 마음을 파고드는 설교가 특징이라 확실히 문장들을 읽는 데 큰 부담은 없다.

“이 세상에서 원한은 원한에 의해서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 원한을 버림으로써 풀린다. 이것은 영원한 진리이다.”

“남의 허물을 찾지 말라. 남의 한일과 하지 않은 일을 상관하지 말라. 다만 자신의 한 일과 하지 않은 일을 살피라.”

이처럼 우리 생활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교훈들이 담겨있다.

또한 《법구경》 후반부에서는 사고(四苦)인 ‘생로병사(生老病死)’에 관해 설명한다. 생로병사란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고통을 뜻한다.

“이 몸은 낡아지고, 질병의 둥지이고, 부서지기 쉽다. 썩은 몸은 흩어진다. 참으로 삶은 죽음으로 끝난다.”

이렇게 외면하고 싶을 만큼 준엄한 가르침도 있다. 이러한 진리를 되도록 빨리 자각해야 고통이 줄어든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참고로 석가는 붓다라고도 하며, 본명은 고타마 싯다르타이다. 고타마 싯다르타는 생로병사라는 인생의 고통에 직면하면서 출가를 결심했다. 6년 동안 혹독한 고행을 거쳤으나 깨달음을 얻지 못했고, 고행을 그만둔 후 보리수나무 아래서 명상을 하다 마침내 붓다가 됐다. 붓다는 ‘깨달은 자’라는 뜻으로, 고타마 싯다르타가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고 해탈한 뒤에 얻은 이름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

석가의 가르침은 사법인(四法印), 즉 일체개고(一切皆苦),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으로 요약되는데, 특히 석가는 사람의 인생을 일체개고라 하며 뜻대로 되지 않는 고통의 연속이라고 했다. ‘노병사’,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것이 우리 인생의 종착점이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우리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잡이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 즉 사제(四諦)이며 이 사제는 ▲고통인 고제(苦諦) ▲고통의 원인, 집제(集諦), ▲고통의 초극, 멸제(滅諦), ▲고통을 초극하는 방법, 도제(道諦)를 말한다.

먼저, 우리 인생이 고통스러운 까닭은 누구의 탓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번뇌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초기 불교에는 신과 같은 존재에 기대어 구원을 바라는 사상이 없다.

“모든 것은 마음이 앞서가고, 마음은 가장 중요하고 (모든 것은)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만일 나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그로 인해 괴로움이 따른다. 수레바퀴가 끄는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내가 뿌린 씨앗은 내가 거둬야 한다는 뜻으로 모든 존재는 연기(緣起)로 이어져 있으며, 원인과 결과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 또한 내 것이 아니기에, 따라서 모든 소유물은 환상이라고 한다.

“어리석은 자는 ‘내 아들이다, 내 재산이다’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참으로 자기 자신도 자기 것이 아닌데 어찌 아들이며, 재산일까?”

“어찌하여 즐거워하는가, 어찌하여 웃고 있는가. 생명은 언제나 소모되고 있거늘, 깊고 그윽한 어두움에 가려진 채 어찌하여 등불을 찾지 않는가.”

불교에서 ‘나’는 본질이 없는 존재이며, 이를 ‘무아(無我)’라고 표현한다. 내 안에서 아무리 나를 찾으려 애써 봐야 아무 데도 없다는 뜻이다. 인간의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는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오온(五蘊)으로 ‘나’는 요소의 집합이며, 모든 것은 연기법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수행 끝에 번뇌를 없애면 윤회에서 탈출해(해탈) 열반에 드는 것이라고 한다.

연기법에 따르면 내 안을 아무리 뒤져도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내가 없다면 모든 일에는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번뇌를 억누르고 집착을 끊어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를 실천하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삶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역설적으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외친 데카르트의 확신에 찬 말이 떠오른다. 분명 나라는 존재가 의심하고 있는 동안은 절대 자신의 존재를 의심할 수 없다는 그의 말. 하지만 확실한 ‘나’라는 것은 없다고 그러니 겸손하고 버리고 비워야 한다는 석가의 가르침과 상치돼 보이기에 묘한 기분마저 든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내세워야 하는 요즘의 합리주의자들에게 자꾸만 버리라고만 하는 석가의 가르침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며칠 전 몇 년 동안 입지도 않으면서도 절대 버리지 못했던 옷 한 벌을 큰맘 먹고 마침내 버렸을 때 필자는 잠시 해탈의 경지를 맛봤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사라는 게 채우는 것보다도 버리는 게 더 힘든 거 같아 보였다. 다음엔 채워지는 살을 어찌 버려내야 할지를 고민해봐야겠다. 아, 일체개고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