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희 군수의 토담골랜드 유원지 조성…누구를 위한 것인가
주민 반대 무시한 행정처리…“사업주 이익만을 위한 사업” 논란만 키워
불법 시설 합법화·국유지 매입 과정서 특혜 의혹…마을공동체 분열 심화
불법 시설 합법화·국유지 매입 과정서 특혜 의혹…마을공동체 분열 심화
선호성 기자입력 : 2025. 04. 25(금) 14:34

▲ 토담골랜드에 불법으로 설치된 미끄럼틀. 유원시설업 등록 없이 운영 중인 이 시설은 용도지역 변경의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암군 학산면 광암마을에 위치한 토담골랜드의 유원지 조성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마을 주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정 절차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사업자 측의 보완 요청 기한(4월 21일)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 사업이 과연 지역 주민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깊어지고 있다.
개인 이익에 집중된 토지 용도 변경
토담골랜드 유원지 조성의 핵심은 보전관리지역 4,878㎡를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러한 용도 변경은 해당 부지의 부동산 가치를 크게 상승시키고, 추후 숙박시설, 유흥시설 등 다양한 시설의 건립을 가능하게 한다.
광암마을 주민들은 “보전관리지역을 계획관리지역으로 바꾸는 이유가 ‘주차장과 미끄럼틀’ 때문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런 소규모 시설 때문에 전체 용도를 바꾸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결국 나중에 더 큰 개발을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주민들이 제출한 의견서의 질적 차이다. 반대 의견서(24가구)에는 환경영향평가 부실, 오폐수 처리 문제, 지하수 고갈 위험, 소음 피해, 주거 안정성 훼손 등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들이 제시된 반면, 찬성 의견서(12가구)는 대부분 “찬성합니다”라는 단순 서명 형태로, 구체적인 찬성 이유가 명시되지 않았다.
영암군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찬성하시는 분은 그냥 ‘찬성합니다’ 이런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주차장 확보’라는 허울뿐인 명분
토담골랜드 측과 영암군은 유원지 지정의 주요 이유로 ‘주차장 확보’를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주차장은 ‘기반시설’로 분류되어 보전관리지역에서도 설치 가능한 시설이며, 이를 위해 굳이 용도지역 전체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천섭 광암마을 이장은 “주차장 때문에 한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미끄럼틀 때문이라고 말이 바뀌었다”며 “주차장만 하면 될 텐데 왜 굳이 유원지로 변경해 복잡하게 만드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더욱이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 중인 부지가 농지법상 불법 용도변경 상태인데도 이를 단속하지 않고 오히려 계획관리지역으로 바꿔주려는 행정의 모순적 태도는 특혜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주차장은 공공·민간 구분 없이 대부분의 용도지역에서 설치 가능한 기본 기반시설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단순 주차장 설치를 위해 보전관리지역을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과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법의 합법화 시도와 행정의 역할
토담골랜드 유원지 조성 사업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기존 불법 시설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다. 현재 토담골랜드에는 관광진흥법에 따른 유원시설업 등록이 안 된 상태에서 미끄럼틀 등의 시설이 운영 중이다.
현천섭 이장은 불법 시설을 합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원지 지정을 추진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농지법을 위반하여 전답을 주차장으로 불법 사용해 온 것에 대해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일시적으로 원상복구한 것처럼 보이게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주차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하천 직벽 국유지 매입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이다. 하천법상 직벽과 맞닿은 부지는 홍수 통제 및 하천 관리를 위해 일반적으로 매각이 제한되는데, 토담골랜드는 이러한 국유지(기획재정부 소유)를 2024년 2월에 매입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영암군이 최근 하천법에 의거해 수십 년간 경작해 온 농민들의 하천부지를 철거 조치하고 변상금을 부과하는 등 엄격히 단속한 반면, 토담골랜드에는 이례적으로 매입을 허용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더욱이 공청회 당시 해당 부지가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국유지로 표시되었다가, 논란이 일자 “이미 매입했다”는 해명이 나오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또한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의 심각한 부실함도 지적했다. 한 주민은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현장조사를 2월에 단 하루만 진행했고, 8~10년 전 자료를 근거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며 “파충류나 양서류 등이 동면하는 동절기에 진행된 조사로는 현장의 생태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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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광암마을 주민들이 제출한 토담골랜드 유원지 조성 반대 의견서. |
군수와 사업주 부인 간 관계와 특혜 의혹
토담골랜드 유원지 조성 사업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우승희 군수와 토담골랜드 대표 부인 임 모 씨 간의 관계다. 마을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대학 동문 관계로, 우 군수 취임 이후인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군수가 토담골랜드를 자주 방문해 식사를 했다고 한다. 이러한 친분 관계는 유원지 사업이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되는 배경이 되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7일 주민간담회에서 군 관계자는 “주민 대다수가 반대하면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실제로는 사업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주민 갈등과 마을 공동체 파괴
토담골랜드 유원지 사업은 오랫동안 평화롭게 공존하던 광암마을의 공동체를 찬성과 반대로 양분시켰다. 이는 단순한 개발 사업의 문제를 넘어 마을 공동체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했다.
현천섭 이장은 이 사업으로 인해 마을 주민들 간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으며, 기존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주민들조차 서로 대립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주민들은 토담골랜드 측이 찬성표를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일부 주민들과 접촉했다고 주장한다. 이장에 따르면 토담골랜드 사모님이 마을 어르신들을 자주 찾아와 식사를 함께 하며 사업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러한 갈등은 마을의 정서적 분열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의사결정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군 행정이 주민 대다수의 의견보다 특정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행정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향후 행정 절차와 전망
현재 토담골랜드 유원지 조성 사업은 4월 21일로 종료된 사업자의 보완요청 기한 이후 영암군의 검토 단계에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후 군의회 의견 청취와 군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최종적으로 전라남도에 승인 신청을 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행정 절차가 계속 진행된다는 점 자체가 이미 군수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현천섭 이장은 “마을에서 명확히 반대 의사를 표했음에도 계속 행정 절차를 이어간다는 것은 결국 이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토담골랜드 유원지 조성 사업은 표면적으로는 지역 개발과 관광 활성화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적 절차가 활용되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 대다수의 반대와 합리적인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행정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군 행정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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