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명장인 오기는 오자병법에서 이같이 말했다. 무능한 지휘관의 지휘는 군의 사기 저하 및 물적·인적 손실뿐만 아니라 전국과 국가에 미치는 폐해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전쟁 역사를 살펴보면 무능한 지휘관이 아군을 패전의 수렁 속으로 내모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군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주적은 간부다”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우스갯 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능 무능한 지휘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무능한 지휘관을 꼽아보자면 필자는 그 인물로 원균을 제일로 꼽을 것이다. 필자의 짧은 가방끈 탓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원균보다 어리석은 지휘관을 못 봤다. 앞으로 더한 인물이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정말 아직까지는…) 원균이 원탑이라고 본다.

원균은 조선 중반 선조 시기 활동했던 벼슬아치로 임진왜란 발발 당시 경상우수사를 역임했다. 이순신에 이어 제2대 삼도수군통제사를 재직했으나, 칠천량 해전을 대패로 장식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졸장으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발발 당시 경상우수사로서 아시아 제일의 대규모 화포함대를 지니고도 초동대처에 완벽하게 실패해 왜군에 2번이나 바다를 열어주며 도망쳤고, 스스로 박살낸 판옥선만 170~200여척 정도였다. 어쩌면 경상남도 지역의 국지전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던 임진왜란을 7년에 걸쳐 전 국토를 잿더미로 만든 것뿐만 아니라 중국 명나라의 쇠퇴와 여진족 성장세를 키워준 초대형 국제 전란으로 확장시켜 놓았고,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유능한 지휘관을 모함해 쫓아내고 그가 키워놓은 조선의 모든 주력인 수군력을 재기불능의 수준으로 망가뜨려 놓은, 조선 전체 역사에서도 최악으로 꼽을 수 있는 무능의 대명사였다.

인류의 해전에 관한 모든 역사를 다룬 책 ‘해전의 모든 것’(휴먼 앤 북스 펴냄)에서 이순신은 전설적인 명장 제독으로 추앙하는 반면, 원균은 조선 수군을 매장한 최악의 부패하고 무능한 제독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악의 전조

임진왜란 당시 왜군은 조선 영토를 무참히 공격했다. 한반도 내륙에 상륙해 평안도, 함경도까지 진격을 했다. 다행히 본토에 남아있던 많은 의병들과 무장들의 힘으로 버텨낼 수 있었고, 바다에서는 이순신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그래서 임진년에 시작된 공격은 약 2년 동안이나 지속됐지만, 어찌어찌 버텨내 휴전 협정을 받아낼 수 있었다. 왜군에게 크게 당한 조선은 수군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전쟁 직전에는 제대로 된 군대하나 보유하지 않아 패배를 당했으니, 휴전 기간 정예수군을 길러내 반도에 상륙하려는 왜군을 막아서야만 했다.

다행스럽게도 왜군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군주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건강이 크게 악화됐던 것이다. 휴전 당시 명과 왜의 종전 협상은 계속 지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히데요시는 자신의 건강이 점점 안 좋아지는 걸 느꼈는지 빠르게 조선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했다. 결국 부산에 나가 있던 고니시와 함께 무리하게 다시 조선을 공략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정유재란이다.

조선은 3년간 수군 병력 양산을 위해 크게 노력했다. 삼도 수군 통제사인 이순신의 지휘 아래 꽤나 강력한 수군을 완성했다. 하지만, 선조는 백성들에게 선망을 받는 이순신이 너무 싫었다. 게다가 정유재란이 발발하고 요시라가 반간계로 조정과 이순신을 흔들고 있을 때 원균은 ‘수군이 출동해서 부산 앞바다에서 위용을 과시한다면 가등청정이 수전에 약한지라 그냥 물러날 것이다’라는 내용의 상소를 올린다. 그리고 선조는 원균의 상소에 대해 그럴듯하다고 받아들임으로써, 결국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이순신을 파직시키고 원균을 삼도 수군 통제사에 오르게 만들었다. 이순신이 3년 동안 가꿔온 수군에 대한 통제권을 원균이 맡게 된 것이다. 요즘으로 치면 해군참모총장에 오른 원균이 이제 왜군이 눌러앉은 부산 공략이라는 임무를 선조로부터 받게 된 것이다.

참고로 이순신은 배 134척과 수군 병력 1만 7천여명, 군량미 9914석, 화약 4천근, 여분의 총통 300자루 등을 후임 원균에게 넘긴 후 서울로 압송됐다. 게다가 이순신이 원균에게 인계한 이 병력과 물자들은 대부분 이순신이 중앙 정부의 어떤 지원도 받지 않고 만들어낸 전력이었다.

치욕의 서막

군사적 재능이라고는 1도 없이 이순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부산포를 공격하겠다며 앞뒤 가리지 않고 말을 뱉으며 그 자리까지 오른 원균은 막상 상황이 닥치자 부산 공략을 차일피일 미뤘다. 심지어 작전은 고사하고 이순신이 만든 조선 수군의 작전 회의실인 운주당(運籌堂)에서 기생을 불러다가 같이 놀며 술을 퍼마신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선조는 지원군 5천명까지 보내주면서 부산을 공략하라고 했지만, 원균은 공격 시늉만 할 뿐 부산포 근처도 가지 않고 돌아왔다.

이를 지켜본 대원수 권율은 화가나 원균을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곤장을 치게 된다. 이것도 요즘으로 치자면 합참의장이 병사들 다 보는 앞에서 해군참모총장 조인트를 깐 것. 참담한 치욕을 맛보게 된 원균은 결국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홧김에 부산 가덕도로 조선 정예 수군을 이끌고 가게 된다. 이후 원균은 부산 가덕도에 도착해 물을 싣고자 수군 400명을 보냈는데, 그곳에 있던 왜군의 기습을 받게 되자, 보낸 병사들을 전부 버리고 도망가 버린다. 그리고 도망간 곳이 바로 거제도에 위치한 칠천량이었다.

칠천량에 들어간 조선 수군은 어떤 움직임도 하지 않고 있었다. 막강한 수군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원균은 왜군에 대항해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지에 대한 플랜이 전혀 없었다. 지휘관인 원균은 그저 그때까지의 경과로 의욕을 잃어 술만 퍼마실 뿐이었다. 때마침 이를 간파한 왜군은 칠천량을 공략하기 위해 출전하게 됐고, 그리하여 조선 역사상 아니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전쟁의 서막이 열리게 된 것이었다.

▲ 칠천량 해전 지도

무능의 증명

왜군은 빠른 속도로 조선의 수군 속으로 진입했다. 늘 이순신에게 당하기만 하며 조선 수군보다 열세였던 왜군이었지만,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그들의 이번 작전은 조선의 대함대 속에 빠르게 진입해 진열을 흐트러뜨려 함선들을 차례차례 파괴하는 것이었다. 작전대로 왜군의 함선이 조선 수군 깊숙이 들어가는데 조선 수군은 제대로 된 대응을 전혀 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수군이 괴멸되고 있는 와중에도 지휘관인 원균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고 조선 수군 전체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칠천량 해역에서 조선군 함선 절반 이상이 파괴된 후 그제야 퇴각 명령이 내려지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원균도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존설을 주장하는 이견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원균은 삼도 수군 통제사로서 왜군 공략에 대한 그 어떤 플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칠천량에 진을 치게 된 이유도 가덕도에서 패전 후 퇴각하다 해상에서 비바람을 맞아 어찌어찌 흘러가 칠천량에 도달한 것이었다. 심지어 원균이 이끈 이 수군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결정적 승리를 안겨준 정예 병사들이었다. 무능한 지휘관을 만나 조선 수군의 정예 부대가 모두 수장된 꼴이었다. 칠천량 해전의 패배 이후 조선이 치른 대가는 더욱 혹독했다. 왜는 남원과 전주를 공격하기 위해 육군과 수군을 투입해 사천과 곤양을 거쳐 하동 땅 두지진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당하거나 노예로 끌려갔다. 그리고 이순신이 다시 삼도 수군 통제사로 복직해 명량에서 승리할 때까지 조선은 정예수군을 모두 잃은 절망적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무릇 지도자란

원균의 칠천량 해전의 패배에 관한 이야기는 지휘관의 무능이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본다. 자기 자신을 알고 판단할 만큼만 되어도 무능함의 문제는 그렇게까지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요즘 눈이 멀고 귀가 멀어서 아첨꾼들의 말에나 귀를 기울이는, 정말 자신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지도자인 양 착각하는 어리석은 이들이 보여 시절이 하 수상할 뿐이다.

무릇 지도자란, 기지와 임기응변을 포함한 지혜가 있어야 하며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소유해야 한다고 본다. 누구를 다스리고 이끌려면 남들과 동일해서는 안 되고 남들보다 더 알아야 하고 남들보다 더 앞서 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단히 자신을 갈고 닦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무식이 자랑은 아닐 텐데 자랑쯤으로 여기는 낯짝 두꺼운 얼굴을 가끔 TV로 접하다 보니 문득 필자가 꼽는 원균의 원탑 자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