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1908년 3월 8일 미국의 1만5천여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 자유를 쟁취하고자 대대적인 시위를 벌이며 이같이 요구했다. 여기서 ‘빵’은 남성과 비교해 낮은 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여성의 참정권을 뜻한다.

당시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가 가득한 최악의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으나, 참정권과 노조 결성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도 부여받지 못했다. 그리하여 이 시위는 ‘세계여성의 날’의 시발점이 됐다. 뉴욕 시위로 형성된 고무적 분위기 속에서 미국 사회당은 다음해 2월 마지막 일요일인 2월 28일을 ‘전국 여성의 날’로 선포했다.

유럽에서는 1910년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국제여성노동자회의에서 독일 여성운동가 클라라 제트킨이 여성의 권리신장을 주장하기 위한 ‘여성의 날’을 제안했고 17개국에서 참석한 100여명의 여성이 모두 만장일치로 클라라의 제안에 찬성했다. 이에 힘입어 이듬해인 1911년 3월 19일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위스 등에서는 참정권, 일할 권리, 차별 철폐 등을 외치는 첫번째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열렸다.

세계 여성의 날이 지금의 3월 8일로 정해진 건 러시아 여성들의 대규모 파업이 발단이었다.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가 시작된 날을 양력으로 계산한 것이 1917년 3월 8일이다. 1921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회 코민테른 여성회의에서는 여성의 날 날짜를 3월 8일로 통일해 함께 기념할 것을 결의했다. 이어 1922년부터는 3월 8일에 맞춰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관행이 국제적으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다만 ‘세계 여성의 날’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은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로부터 60년 뒤였다. 여성운동 물결이 서구 전역으로 확산하자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하고, 1977년에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하기로 했다. 전 세계적으로 3월 8일 여성의 날이 되면 빵과 장미를 나눠주는 행사가 실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20년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최초 여성인권운동가인 나혜석과 박인덕 등이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해방 후 미군정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반공이데올로기에 밀려 맥이 끊겨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러다 1985년 서울 명동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제1회 한국여성대회가 개최됐다.

이후 2018년 2월 20일 여성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양성평등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면서 3월 8일이 법정기념일인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