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의 이름, 역사의 불편함을 감당해야
영암열린신문입력 : 2026. 08. 14(금)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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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이 광복 81주년을 기념해 청계 정종여 특별전을 열고 있다. 친일과 월북이라는 복잡한 이력을 지녔다고 해서 그의 작품과 예술적 성취까지 미술사에서 지울 이유는 없다. 오히려 작품과 함께 그것이 태어난 시대와 작가의 삶까지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 성찰에 가깝다.

그래서 문제는 정종여의 작품을 전시했다는 데 있지 않다. 영암군은 이번 전시에서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시 조명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보도자료에는 조선미술전람회 경력과 월북 이후 활동을 소개하면서도 『친일인명사전』 수록과 일제 말 친일 관련 행적은 빠졌다.

미술관 측은 이러한 이력을 알고 있었으며, 친일과 해방, 월북으로 이어진 삶을 통해 근현대사를 돌아보는 ‘기록과 성찰’의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는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했고, 보도자료에서 빠진 사실도 인정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전시장 안에서는 ‘성찰’의 대상이라는 역사가 왜 전시장 밖으로 나오는 순간 사라졌는가.

의도적인 은폐였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역사에 관한 공적 서술에서는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가 역시 중요하다.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한다면서 성취와 월북은 기록하고 친일 관련 행적을 제외했다면 단순한 누락으로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선택된 사실은 기억을 만들고, 누락된 사실은 그 기억의 모습을 바꾼다.

더구나 광복은 문화행사에 권위를 더하는 장식적 수사가 아니다. 식민지배와 독립, 그 시대의 선택과 책임을 함께 기억하겠다는 역사적 언어다. 정종여의 예술적 성취를 평가하는 것과 그의 친일 관련 행적을 기록하는 것은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여줄 때 미술관이 말한 ‘기록과 성찰’도 온전해진다.

불편한 과거를 덜어내고 남은 것은 온전한 기억이라 할 수 없다. 광복의 이름으로 역사를 말하려면, 먼저 그 역사의 불편함을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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