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는 토목 잔치, 민생부터 살려라
영암열린신문입력 : 2026. 08. 14(금)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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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심 진보당 영암군위원장

영암군 재정에 초유의 비상등이 켜졌다.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영암군의회에 보고된 재정 현황에 따르면,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원 요구액은 2,666억 원에 달하지만 군청이 당장 끌어 쓸 수 있는 순가용재원은 388억 4,200만 원에 불과하다. 무려 2,278억 원이라는 거대한 재정 결손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영암군은 비싼 이자를 감수하며 300억 원 규모의 공공자금을 차입하고, 2017년 ‘채무 제로’ 선언 이후 10년 만에 다시 지방채(빚)를 발행해야만 하는 재정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왜 영암의 곳간이 이 지경까지 내몰렸는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감세 정책과 경기 침체는 전대미문의 국세 펑크로 이어졌다. 지방교부세법상 ‘2년 시차 정산제’에 따라 2023년부터 감축되기 시작한 보통교부세는 2026년까지 4년간 누적 800억~1,000억 원에 달하는 재정 손실로 영암군에 돌아왔다.

문제는 이러한 세수 감소 기조가 수년 전부터 충분히 예견된 위험 신호였다는 점이다. 지방재정을 책임지는 단체장이라면 밀려오는 교부세 삭감의 파고에 맞춰 선제적으로 지출을 줄이고 긴축 재정 기조로 전환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영암군정의 행보는 거꾸로 갔다. ‘국비 확보’라는 화려한 포장에 속아 트로트 아카데미(110억 원), 시종 농업근로자 기숙사(55억 원), 간호복지기숙사 ‘달빛채’(68억 원) 등 수십 개의 공모사업을 우후죽순으로 유치했다. 공모사업에 의무적으로 따라붙는 수백억 원의 군비 매칭 부담을 무리하게 떠안으면서 군수의 한 해 재량 예산(500억~800억 원)을 수년 치나 미리 까먹는 덫에 걸려버렸다.

더욱 참담한 것은 거대 토목·건설 프로젝트다. 영암읍 교동리 도시개발(435억 원), 대동공장 복합문화재생(226억 원), 교동도서관 건립(192억 원) 등 660억 원이 넘는 대형 건설 및 부지 매입에 수백억 원의 현금성 가용재원을 꽁꽁 묶어두었다.

그 결과 유동성 현금이 바닥나면서, 당장 삶의 낭떠러지로 내몰린 영암 군민들의 고통스러운 현장은 까마득히 외면당하고 말았다. 지금 영암의 현장은 어떠한가?

들녘의 농민들은 턱밑까지 차오른 고물가 속에 비료 한 포대, 농약 한 병, 유류대 한 방울 값을 감당하지 못해 벌벌 떨며 역대급 폭염의 뙤약볕 아래서 신음하고 있다. 마을 경로당을 지키는 어르신들은 쪼들리는 부식비와 지원금에 수저를 놓아야 할 처지이고, 고향을 지키며 미래를 일구려는 청년들은 단 몇만 원의 지원금마저 쪼개기 분할 지급으로 전락하는 현실 앞에 좌절하고 있다.

매일 아침 위험천만한 도로를 뚫고 등하굣길에 나서는 삼호읍 아이들은 약속했던 60여억 원의 정비 사업 예산이 잘려나간 채 안전을 위협받고 있으며,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은 월출페이 캐시백 축소와 예상되는 조기 중단 사태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구 5만 명선 유지가 위태로운 와중에도 전문임기제·별정직 보좌진을 5명으로 늘리며 인건비 잔치를 벌이고, 거대한 토목 부지에는 수백억 원을 선뜻 지불하면서, 어째서 피눈물 흘리는 농민과 어르신, 청년과 학생, 골목상권 서민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갈 단 몇 푼의 예산은 없단 말인가?

이번 2,278억 원의 재정 참사는 단순한 외부 악재 때문이 아니다. 교부세 감축 흐름을 알면서도 무분별한 공모사업과 대형 토목 공사를 강행하여 군민의 현금을 토목 콘크리트에 매립해 버린 방만 행정이 불러온 명백한 인재(人災)다.

정부 탓을 하며 비싼 이자로 빚을 내어 토목 잔치를 이어가는 것은 군민과 미래 세대에게 빚더미를 안기는 무책임한 기만이다. 영암군정은 꽉 막힌 재정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즉시 다음 조치를 이행하라.

첫째, 대동공장 및 교동지구 개발 등 막대한 현금이 묶여 있는 전시성 대형 토목 사업의 공사와 부지 매입을 즉시 중단하고 우선순위를 전면 재조정하라. 둘째, 군민적 공감대도 얻지 못하고 측근 챙기기 논란만 일으킨 보좌진 증원 계획을 즉시 철회하여 불필요한 고정 경비를 자르라. 셋째, 토목 사업 유예로 확보된 유동성 재원을 농자재값 폭등과 폭염·재해에 시달리는 농가 긴급 지원, 어르신 복지 및 청년 수당, 삼호읍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교 거리 정비, 월출페이 적립 확충 등 숨통이 막혀가는 농민과 군민의 민생 현장으로 즉시 전면 재배치하라.

군민이 군수에게 위임한 권한은 빚을 내어 토목 치적을 쌓으라는 것이 아니라, 뙤약볕 아래 신음하는 농민과 어르신, 청년과 학생들의 눈물을 닦아주라는 엄중한 명령이다. 영암군정은 사적 이익과 치적 만들기를 내려놓고, 당장 군민의 절박한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는 것만이 영암군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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