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영암군정, 통합특별시가 변수다
5대 핵심 공약, 8기 군정 확장 구조
기본소득·에너지·철도 3대 접점
민형배 당선인 공약과 곳곳서 맞물려
균형발전기금 등 배분 기준은 ‘공백’
기본소득·에너지·철도 3대 접점
민형배 당선인 공약과 곳곳서 맞물려
균형발전기금 등 배분 기준은 ‘공백’
선호성 기자입력 : 2026. 06. 12(금) 11:25

▲ 우승희 영암군수(왼쪽)와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이 지난 5월 31일 영암 유세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우 군수의 두 번째 임기는 7월 1일 통합특별시 출범과 같은 날 시작된다.
우승희 영암군수의 두 번째 임기가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같은 날 시작된다. 민선 9기 영암군정이 내건 핵심 공약 상당수는 군 자체 사업으로 완결되지 않고, 통합특별시와 정부 차원의 결정에 실현 여부가 걸려 있다. 역대 어느 민선 군정도 겪어보지 못한 조건에서 4년이 출발하는 셈이다.
우 군수는 6·3 지방선거에서 1만 9,446표(68.56%)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같은 날 치러진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거에서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영암군정과 통합특별시가 같은 출발선에 선 가운데, 두 당선인의 공약은 여러 지점에서 맞물려 있다.
공약은 3층 구조…민선 8기의 연장선
우 군수가 후보 시절 발표한 공약은 세 층위로 짜였다. 맨 위에 소득·복지·금융·생활·교통 분야의 ‘기본사회 5대 핵심 공약’을 두고, 그 아래 산업·청년·노동·농업·문화 등 10대 분야 정책과 11개 읍·면별 균형발전 사업을 배치했다.
5대 핵심은 영암형 농촌기본소득, 통합돌봄 전국화 모델, 영암형 공공은행 설립, 청년 등록금·주거·일자리 책임제, 버스·택시 통합교통서비스다. 무료버스·콜버스, 통합사례관리, 농정대전환 등 민선 8기에 시작한 사업을 확장하는 구조가 공약 전반에 흐른다. 연임 군수의 공약답게 새 판을 짜기보다 기존 군정의 연속성에 무게를 둔 설계다.
주목할 대목은 이 공약들의 실현 경로다. 핵심 공약일수록 군 단위 결정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기본소득·에너지·철도, 통합특별시와 맞물린 3대 접점
첫째, 농촌기본소득이다.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지난 2월 시작됐다. 인구감소 위험이 큰 10개 군 주민에게 2027년까지 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업으로, 전남에서는 신안·곡성 2곳이 선정됐고 영암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시범사업 성과를 토대로 2028년부터 본사업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우 군수의 공약은 이 확대 국면에서 영암 포함을 끌어내고,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발전 수익 기반의 에너지기본소득을 더해 ‘영암형 농촌기본소득’을 완성하는 구조다. 출발점부터 정부의 대상지 결정에 달린 과제다. 민형배 당선인 역시 선거 과정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과 재생에너지 수익 배당 모델의 특별시 전역 확산을 공약했다. 같은 방향의 공약이 군과 특별시 양쪽에 놓인 만큼, 영암형 농촌기본소득의 시기와 규모는 정부의 본사업 확대 설계와 통합특별시의 제도 구상에 따라 윤곽이 정해질 전망이다.
둘째, 에너지·산업이다. 우 군수는 RE100산단 유치, 주민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조성, 삼포지구 수소도시, 해상풍력 기자재 클러스터, 대불국가산단 확장을 내걸고 ‘전남광주 서남권 에너지 신도시’를 목표로 제시했다. 민 당선인의 구상과 겹치는 영역이다. 민 당선인은 영암·무안의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을 연계한 ‘100원 산업용 전기’, 전남광주전력공사 설립을 공약했고, 서부권을 ‘에너지 전환 수도’로 육성하겠다는 권역 전략을 밝혔다. 정부가 약속한 20조 원 규모 통합 지원 재정의 80%를 기업 유치와 첨단산업 투자에 배정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한 바 있다. 영암의 에너지 공약이 탄력을 받을 환경은 갖춰진 셈이지만, 투자가 어느 권역의 어느 산단으로 향할지는 통합특별시의 배분 결정에 달려 있다.
셋째, 교통이다. 우 군수는 광주~나주~영암을 잇는 철도의 국가계획 반영을 공약하며 ‘특별시의 교통 중심지 영암’을 내세웠다. 민 당선인은 권역 간 60분 이내 이동을 목표로 한 광역 교통망 구축을 공약했다. 특별법 제120조는 균형발전을 위한 교통망에 대해 통합특별시장이 구축을 요청하고 국가가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우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영암 철도가 국가계획에 오르려면 통합특별시장의 요청 목록에 포함되는 관문과 국가의 인정이라는 관문을 차례로 거쳐야 하는 구조다.
세 접점 모두 같은 구조다. 군의 공약이 특별시의 공약과 방향은 같지만, 실행의 열쇠는 광역과 중앙에 있다.
균형발전, 근거는 생겼지만 기준이 없다
문제는 통합특별시의 배분 기준이 아직 비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통합특별법은 제57조에서 균형발전기금의 설치·운영을 통합특별시장의 의무로 못 박았다. 지역 간 격차 해소가 기금의 목적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같은 조 2항은 기금의 재원과 용도, 운용에 관한 사항을 모두 통합특별시 조례에 위임했다. 공공기관도 구조가 같다. 제144조는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시 통합특별시를 우선 고려하도록 국가에 의무를 지웠지만, 유치한 기관을 시 안에서 어느 권역, 어느 시군에 배치할지의 기준은 법에 없다. 영암군의회가 지난 1월 성명과 결의문을 통해 두 차례 요구했던 ‘균형발전 장치의 제도화’는 결국 출범 후 조례 제정과 시정 운영의 영역으로 넘어가 있다.
재원의 공백은 더 뚜렷하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월 16일 통합특별시에 4년간 20조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는 특별법 통과 직후 발간한 분석 보고서(‘이슈와 논점’ 제2477호)에서 행정통합교부세(가칭) 등 정부가 제시한 지원 수단의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고, 통과된 특별법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통합 준비 예산 573억 원이 정부 추경안과 국회 심사에서 전액 삭감된 전례까지 감안하면, ‘20조 지원’이 실제 배분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
통합특별시 조직도 출범 시점에는 행정 안정에 초점을 둔 1단계 체제로 시작해, 시장 취임 후 2단계 개편을 거친다. 농어민수당 등 지원 기준 조정이 필요한 자치법규도 출범 이후 단계적 정비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군정 공약의 실현 조건이 되는 기준들이 대부분 출범 이후의 협의 테이블로 넘어가 있는 구조다. 민선 9기 영암군정으로서는 이 협의 과정에 군 단위 요구를 반영할 통로를 확보하는 일이 첫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공약의 또 다른 축은 군 자체 역량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이다. 통합돌봄 전국화 모델과 영암복지재단 설립, 공공은행, 11개 읍·면 균형발전 사업, 생활밀착형 공약 등은 군 재정과 행정력의 영역이다. 광역 변수와 무관하게 군민이 체감할 성과를 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민선 9기 4년은 군정 운영 능력과 광역 단위 협상력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르는 임기다. 통합특별시라는 새 환경이 영암에 기회가 될지, 또 하나의 변수로 남을지는 7월 1일 이후 본격적으로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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