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차린 영암의 오월, 군청 앞 광장을 채우다
영암 5·18문화제, 200여명 군민과 함께한 대동의 자리
학생·농민·시민단체가 함께한 시민 주관 행사로 거듭나
학생·농민·시민단체가 함께한 시민 주관 행사로 거듭나
선호성 기자입력 : 2026. 05. 22(금) 11:06

영암참여행동 주관으로 지난 15일 영암군청 앞 광장에서 제46주년 5·18민중항쟁 기념 영암 문화제가 열렸다.
영암5·18민중항쟁기념행사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영암참여행동이 주관한 이날 문화제에는 200여 명의 군민과 학생이 자리를 함께했다. 올해 문화제는 ‘오월의 꽃, 오늘의 빛’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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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도부터 시민이 차린 자리였다. 추진위원회가 밝힌 문화제의 목표는 “5·18민중항쟁을 기념과 추모를 넘어 저항과 대동, 참여와 공동체의 정신을 군민들과 함께 계승”하는 것이었다. 슬로건문에서도 광장의 기억을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서로의 등 뒤를 지키는 연대”로 풀어내며 1980년 5월의 정신을 오늘의 시민 광장으로 잇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문화제는 전문예술단체 소리터의 길놀이로 막을 올렸다. 정신약국 앞에서 출발한 길놀이패가 본 무대까지 진입해 난장 놀이를 펼치자 광장은 일찌감치 군민들로 채워졌다. 이어 팝페라 가수 필그림이 무대에 올라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와 ‘아름다운 나라’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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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홍 영암5·18민중항쟁기념행사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46년 전의 5·18 역사가 우리 대한민국을 K-민주주의의 길로 가도록 만들었다”며 2024년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앞 시민들의 저항이 5·18의 기억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2026년 현재 많은 사람들이 5·18을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싣자고 한다”며 “영암은 광주시를 제외한 전남 시군 중 가장 많은 인원이 기소되었고, 항쟁 기간 중 영암 출신 5명(고등학생 3명 포함)이 계엄군의 총탄과 폭력에 쓰러졌다”고 영암의 5·18 역사를 환기했다. 그러면서 “영암의 오월을 화합과 영광의 하나 되는 오월로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대회사에 이어 메인 영상과 5·18 역사기행 영상이 상영됐고, 역사기행에 참가했던 영암초등학교 이은경 학부모가 무대에 올라 소감을 밝혔다. 영암여중 학생 댄스팀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무대에 올렸다.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진 포토타임에서 참석자들이 응원봉과 휴대전화 불빛을 일제히 켜자 군청 앞 광장은 빛의 물결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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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목소리는 무대의 한 축을 이뤘다. 영암고등학교 1학년 문호준 학생이 5·18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했고, 이어 자유발언 무대에는 송전탑 건설 반대 활동에 나서고 있는 금정면 김노연 주민이 올랐다. 송전탑 건설 반대 영암군 대책위원회는 이날 문화제에 가래떡을 협찬했다. 영암의 현재 진행형 의제가 5·18 정신을 잇는 자리에 자연스럽게 결합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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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의 또 다른 축은 시민·지역 농민의 후원과 협찬이었다. 박재택(고구마)·양윤섭(방울토마토)·김봉식(흑미)·박종윤(벌꿀)·한봉호(창조농기계 승용배토기)·이경자(문화상품권)·이기홍(수제차) 씨 등 영암지역 농민과 주민들이 직접 후원에 나섰고, 영암지역자활센터는 누룽지 세트를 후원했다. 협찬은 한살림 영암생산자협회(주먹밥), 한국생활개선 영암군연합회(차 봉사), 송전탑 건설 반대 영암군 대책위원회(가래떡)가 맡았다. 광장 한쪽에는 5·18 사진전이 함께 마련됐다.
권혁주 영암참여행동 집행위원장은 “여기 지역에서 예전에 학생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10만 원, 20만 원, 30만 원씩 모아 학생들이 5·18 행사를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후원을 만들었다”며 “특별하게 훌륭한 가수들이 오고 이런 건 아니었지만 지역의 문화인들과 학생들이 동참하고, 지역의 농산물을 협찬하고 후원하면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것들이 모두 5·18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와 맞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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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1호선 밴드의 공연으로 무대의 마지막이 채워졌다. 밴드는 ‘아침이슬’, ‘행복의 나라로’, ‘불나비’를 차례로 불렀다. 공연이 끝난 뒤 사회자가 폐회를 알리자 광장에 모인 참석자들은 다 같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권 위원장은 “5·18 정신을 계승하는 대동한마당의 개념으로 기획한 자리였다”며 “함께해 주신 마음과 연대가 5·18 정신을 이어가는 시민의 힘”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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