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낭주고등학교 통학버스가 단 2개월 운행 후 올해 초 갑작스럽게 중단되면서 학생들의 통학 대란이 발생했다. 영암군과 영암교육지원청, 전라남도교육청, 학교 간 행정 소통 부재로 2025년 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범사업 2개월 만에 전면 중단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약 2개월간 운행된 낭주고 통학버스는 삼호읍 찾아가는 이동 군수실에서 제기된 건의사항이 반영된 사업이었다. 삼호고등학교 집중화로 삼호읍에 거주하는 일부 학생들이 학산면의 낭주고에 배정받아 대중교통 부족으로 통학 불편을 겪자 시작된 시범사업이었다.

하지만 개학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통학버스 운행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영암군청 홈페이지 ‘군수와의 대화’ 창구에는 “갑자기 통학버스 중단 통보를 받았다”, “삼호고 학생 많다고 다른 고등학교 홍보할 때는 언제고 입학했으니 알아서 해라는 게 맞냐”는 등의 민원이 연이어 게재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지난해 뜻하지 않게 갖게 된 군수님과의 소통으로 큰 도움이 되었던 스쿨버스가 단 두 달간의 운행 후 중단된다는 소식에 배신감이 들었다”며 “잠깐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지난 6일 군수와의 대화에 올라온 영암낭주고등학교 스쿨버스 관련 민원 내용들

복잡한 행정 절차가 불러온 예산 누락

통학버스 중단 원인을 추적한 결과, 영암군의 교육경비 지원사업 예산 편성 과정에서 낭주고 통학버스 지원 계획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암군 인재육성체육과 교육지원팀 관계자는 “영암군에서는 2025년 교육경비 지원사업 예산 편성을 위해 영암교육지원청에 사업계획서 제출 공문을 보냈으나, 해당 과정에서 낭주고등학교의 사업계획서가 포함되지 않아 2025년 낭주고등학교의 통학차량 지원사업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 체계의 이원화 문제가 드러났다. 고등학교는 전라남도교육청 관할이지만, 지역 교육경비 지원사업 신청은 영암교육지원청을 경유해 이루어지는 구조다. 군 관계자는 “교육지원청은 초중까지만 관할하고 고등학교는 도교육청에서 관할한다”면서도 “행정적으로는 영암교육지원청이 관내 고등학교까지 포함해 교육경비 지원사업을 취합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 지난 6일 군수와의 대화에 올라온 영암낭주고등학교 스쿨버스 관련 민원에 대한 담당 부서 담당자의 답변 내용.

책임 소재 놓고 입장차

예산 누락의 책임을 놓고 각 기관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영암교육지원청은 지난해 9월 각 학교에 2025년 교육경비 사업계획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낭주고에서 신청을 하지 않아 군에 제출하는 사업계획서에 누락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낭주고 측은 사업계획서 제출 요청은 9월이었고, 통학버스 운행은 그 이후인 11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해당 기간에 신청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군 관계자는 “학교에서도 군청이 연말에 통학차·급식 등 교육 경비 관련해 보낸 공문에서 통학차량 관련 지원금이 누락됐다면 영암군에 직접 건의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행정 절차상 소통 부재와 체계적 관리 미흡이 낳은 결과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갔다.


예산 5200만원 확보가 관건

영암군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1일 영암교육지원청 관계자, 낭주고 교감, 학부모 등이 참석한 실무협의회를 개최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10개월(3월~12월) 통학버스 운행에 필요한 예산은 약 5,200만 원이다. 현재로서는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단기 대책으로 “2024년 통학 차량 지원사업 집행 잔액을 활용해 임시 계약을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영암군 1회 추경에 최대한 요구를 해보겠다”며 “영암교육지원청도 도교육청에 예산을 건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예산 확보 여부에 대해서는 “저희도 사실 예산 확보가 돼야 되는 거라 저희한테 신청 들어오면 1차 검토를 저희 부서에서 하고 그다음에 예산 부서랑 협의한 다음에 이제 의회까지 통과가 돼야 되는 거라 확답은 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역 균형 발전 측면 중요한 문제

통학버스 중단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지역 교육 환경 불균형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한라중공업 쪽 살면서 여긴 영암군 소속인지 모르겠다”며 “세금만 내는 곳인가? 뭐든지 한 시간 거리, 버스도 없다. 영암읍, 삼호읍, 대불 쪽으로 모든 게 치우치는 게 맞는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현재 통학버스 이용 수요조사 결과 약 40명의 학생들이 이용을 희망하고 있으며, 이들은 대체 교통수단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의 학생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관련해 군 관계자는 “최대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군·교육청·학교 등 각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