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도시계획 조례 무력화 우려 속 입법예고 마무리 단계

영암군이 「신·재생에너지 군민참여 및 개발이익 공유에 관한 조례」를 입법예고한 가운데, 이 조례가 2021년 농지 보호를 위해 강화된 도시계획 조례의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의견수렴 기간이 오는 3월 4일 종료를 앞두고 있으나, 이 과정이 형식적 절차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햇빛·바람연금” vs “농민의 터전”…가치관 충돌

영암군은 지난 2월 12일 「영암군 신·재생에너지 군민참여 및 개발이익 공유에 관한 조례안」(이하 ‘신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조례안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통해 군민과 지역이 상생하는 구조를 마련하고, “햇빛·바람연금” 실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조례안의 핵심은 주민참여형 발전사업 모델 도입과 발전 용량별 주민참여 의무비율 설정이다. 특히 500kW 이상 40MW 미만 태양광 발전의 경우 발전소 설립 법인의 지분율 30% 이상 또는 총사업비의 4% 이상을 주민참여로 규정하고 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지난해 10월 가야금산조기념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제는 우리 영암군도 주변 지역과 같이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의 시대를 열어갈 때”라며, “이익공유제의 준비가 재생에너지 연금 시대의 유의미한 첫 발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조례안에 대해 전 영암군태양광대책위 신양심 공동위원장은 “개발이익 공유라는 미명 아래 주민을 현혹하고, 기존 이격거리 제한과 농지법 취지를 무력화하며, 대규모 농지·산림 개발을 재허용하려는 꼼수 조례”라고 비판했다.

신 전 위원장은 또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주목적이라면 천문학적 가치가 있는 농업·농촌을 훼손하지 말고, 도시와 공단의 주차장, 아파트, 관공서 건물 벽·옥상, 철길, 도로 위 등 설치 가능한 모든 곳에 태양광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도시계획 조례와의 충돌…우회 규제 논란

이번 조례안의 핵심 쟁점은 영암군 도시계획 조례 규정들과의 충돌 가능성이다. 2021년 4월 개정된 도시계획 조례는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 설치에 대한 규제를 크게 강화했다.

도시계획 조례 제20조의3에 따르면, 발전시설은 도로경계선에서 500미터 이내, 5호 이상 주거 밀집지역으로부터 직선거리 500m 이내에 입지할 수 없다. 또한 “경지정리가 완료된 우량농지 또는 집단화된 토지에 입지하지 아니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조례안에는 이러한 이격거리나 우량농지 보호 관련 명시적 조항이 없다. 대신 별표1에서 발전소 반경 기준으로 지역민 참여 범위만 규정하고 있다. 특히 신조례안 제22조는 “발전사업에 대한 군민참여 및 개발이익 공유에 관해 그 밖의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은 군수가 따로 정한다”고 규정해 재량권을 확대했다.

또한 도시계획 조례에서는 군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한 엄격한 검토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나, 신조례안은 제5조~11조에서 별도의 “개발이익 공유 심의위원회”를, 제18조~21조에서는 “집적화단지 민관협의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존 심의 체계를 우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발이익 공유”의 실체는?

신조례안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인 “개발이익 공유”의 실질적 가치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이 조례안은 발전소 인접지역 주민 우대를 위한 거리별 가중치, 청년·영유아 가중치, 주민등록 거주 기간에 따른 지급 기준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 공유가 실제로 주민들에게 얼마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제공할지는 불확실하다.

신 전 위원장은 “일시적 소액 배당으로 주민 현혹, 장기적 농지 상실, 공동체 붕괴 초래”, “외지 자본과 개발업자만 이득, 주민에게는 리스크 전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공청회에서 일부 참석자는 “주변 지역인 신안군의 경우 주민의 투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군 차원의 보증과 지원 등 정책이 존재하는데,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주민참여형 사업이라 해도 초기 투자 부담과 리스크 관리 방안이 미흡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농지와 에너지, 균형점은 어디에?

영암군의 이번 조례안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농지보존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 사이의 선택과 균형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농업은 영암군의 핵심 산업 중 하나로, 농지는 단순한 땅이 아닌 식량 생산의 기반이자 농민들의 생계 수단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조례안이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새로운 소득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이것이 장기적으로 농지보존과 식량 안보라는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공청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제기한 “40MW 이상 규모의 발전사업을 위해서는 약 50ha 이상의 부지가 필요한데, 영암군에서 농지가 아닌 곳에서 이러한 규모의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은 이러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향후 전망과 과제

영암군의 정책 방향과 지난해 공청회 내용으로 볼 때, 이 조례는 다소 수정을 거치더라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기된 비판을 얼마나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지역 농민들과 환경단체는 농지보존과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조례와의 충돌 문제를 해소하고 농지 보호를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신조례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햇빛·바람연금”의 구체적인 경제적 가치와 주민들의 실질적 이익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자본과 개발업자에 의한 농촌 부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조례안 논의 과정에서 농지보존과 식량주권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지역사회의 진지한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