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는 만들었는데…기술직 국장 후임 ‘전무’
국장제 도입 2년 만에 한계 드러내
행정직 서기관 1명 승진, 기술직은 0명
시설직 채용부터 지원자 미달 악순환
7월 인사 때 국장 전원 행정직 불가피
선호성 기자입력 : 2026. 01. 02(금)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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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이 2026년 신년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직 국장의 종말’이 가시화됐다는 점이다.


행정직만 승진, 기술직은 전무

이번 인사에서 서기관 승진은 김영중 기획예산실장(행정직) 단 1명이다. 김 실장은 자치행정국장으로 승진 발령됐다. 반면 기술직 서기관 승진자는 없었다.

문제는 농업경제국장 후임이다. 최흥섭 전 농업경제국장이 연말 공로연수로 자리를 비우자, 후임에는 김광호 자치행정국장(행정직)이 전보됐다. 농업경제국장은 농업·축산·산림 등 기술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로, 그간 기술직이 맡아왔다. 최흥섭 전 국장도 시설직 출신이었다.

기술직 후임을 세우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서기관 승진 요건(사무관 4년 경과)을 충족하는 기술직 과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직 과장급 대부분이 사무관 승진 1~2년차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거 퇴직 이후 중간관리자급 인력풀이 급격히 얇아진 결과다.


채용부터 막힌 기술직

기술직 인력 부족은 하루아침에 생긴 문제가 아니다. 지난 6월 17일 군의회 자치행정위원회에서 고천수 위원은 소수 직렬의 승진 적체 문제를 지적했다. 행정직이나 사회복지직에 비해 전산직, 수산직 같은 소수 직렬은 상위직급 정원이 막혀 승진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박영하 자치행정과장의 답변은 더 심각한 현실을 드러냈다. 경력직 6명을 채용 공고했으나 최종 합격은 2명에 그쳤다. 특히 시설직(토목·건축)은 8급으로 임용할 계획이었는데도 지원자가 미달됐다. 박 과장은 “급여 수준 때문에 지원을 많이 안 한다”고 답했다.

채용부터 안 되니 승진 대상자가 쌓일 리 없다. 승진 적체가 심하니 기존 인력도 떠난다. 악순환이다.


6월이면 기술직 국장 ‘0명’

이런 상황에서 올해 6월이면 기술직 국장이 아예 사라진다. 현재 4명의 국장 중 기술직은 문동일 안전건설환경국장이 유일한데, 그마저도 6월 말 공로연수 예정이다. 양은숙 관광문화복지국장, 김광호 농업경제국장도 같은 시기 자리를 비운다.

7월 인사가 문제다. 기술직 서기관 승진 대상자가 없으니, 국장 4자리 전부를 행정직으로 채우거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안전건설환경국은 건설·도시·환경 등 기술 분야를 관장하는데, 행정직 국장이 이를 총괄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기술직 국장, 왜 필요한가

“행정직이 해도 되는 거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관리직이니 꼭 기술직이 아니어도 된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기술직 국장의 부재는 단순한 인사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첫째, 전문성의 문제다. 건설·환경·농업 분야에서는 기술적 판단이 필요한 결재가 많다. 최종 결재권자가 해당 분야 비전문가라면 실무자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재 라인의 형해화로 이어진다. 국장이 있어도 사실상 과장 전결이 되는 셈이다.

둘째, 현장 대응의 문제다. 지난 3월 구제역 사태 당시 대응 체계의 허점이 드러나 축산과를 부활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재난·환경오염 등 긴급 상황에서 기술적 판단이 지연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다. 현장에서 신속한 결정이 필요한 순간, 기술을 모르는 결재권자가 판단을 미루거나 실무자에게 떠넘기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셋째, 기술직 사기 저하다. 아무리 오래 근무해도 국장까지 올라갈 수 없다면 유능한 인력은 떠난다. 이미 시설직 경력채용에 지원자가 미달되는 상황에서, 승진 천장까지 보이면 악순환은 더 깊어진다. 결국 기술직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이는 다시 기술직 부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넷째, 책임 소재의 모호함이다. 기술적 하자가 발생했을 때 결재권자(행정직)와 실무자(기술직) 사이에서 책임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 “나는 기술을 몰라서 실무자 판단을 따랐다”는 변명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결국 책임은 아래로 내려가고, 최종 결재권자는 면책되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본청 곳곳에서 드러나는 기술직 부족

기술직 인력난은 국장급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인사에서 도시디자인과장에는 박종국 신임 과장(행정직)이 배치됐다. 도시디자인과는 건축·시설 업무를 담당하는 시설직 중심 부서다. 2025년 1월 인사에서 신환종 과장(행정직)이 배치된 데 이어 2회 연속 행정직 과장 체제가 된 것이다. 신환종 전 과장은 이번에 기획예산실장으로 전보됐다.

시설5급 승진자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번에 황석태·고훈 2명이 승진했다. 하지만 황석태는 의회사무과장으로 군의회에 파견됐고, 고훈은 덕진면장을 맡았다. 본청 기술직 부서를 맡길 시설직 과장이 부족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해 폐지됐다가 1년 만에 부활한 축산과도 마찬가지다. 구제역 사태로 축산 대응 체계의 허점이 드러나 다시 신설했지만, 정작 5급 과장을 배치하지 못했다. 최현의 농업6급이 직무대리를 맡는다. 조직은 만들었으나 채울 사람이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보건소장 역시 이희숙 의료기술5급이 직무대리다. 이번 인사에서 김형진·이강현 의료기술5급 2명이 승진해 보건관리과장·건강증진과장에 각각 배치됐지만, 정작 소장 자리는 채우지 못했다.


국장제, 설계부터 잘못됐나

결국 국장제 도입 자체가 성급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영암군은 민선8기 들어 2023년 11월 3국 체제로 국장제를 도입했고, 2024년 말에는 4국으로 확대했다. 행정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누가 그 자리를 채울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베이비부머 퇴직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사무관 4년 경과라는 서기관 승진 요건도 어제오늘 생긴 규정이 아니다. 국장 자리는 늘렸는데 채울 인력이 없다면, 결국 ‘결재 라인만 늘린 꼴’이라는 내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도내 다른 자치단체들이 국장제를 재검토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가운데, 영암군은 오히려 확대했다. 제도 도입 전 충분한 검토가 있었는지, 아니면 성과를 서두른 것인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6월 선거 이후가 관건

올해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7월 인사에서 국장급 3자리를 새로 채워야 한다. 기술직 후임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인사가 나올지, 국장제를 유지할지 축소·폐지할지 주목된다.

향후 2~3년 내에도 기술직 서기관 승진 대상자가 나오기 어렵다. 현재 기술직 과장 대부분이 사무관 1~2년차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2028년은 되어야 서기관 승진 요건을 갖추는 기술직 과장이 나온다. 그때까지 국장제를 현행대로 유지한다면, 기술직 국장 자리는 계속 행정직이 채우거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국장제의 성패는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자리만 만들어 놓고 채울 사람이 없다면, 그건 제도가 아니라 짐이 된다. 채용부터 승진까지 이어지는 기술직 인력난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면,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바로잡습니다]
영암열린신문 1월 2일자 발행신문 2면 기사에서 “보건소장 역시 이희숙 의료기술5급이 직무대리다. 2025년 1월부터 1년째 직무대리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2025년 7월 인사에서 박수희 보건관리과장이 과학기술서기관으로 승진하여 보건소장에 취임했습니다. 이후 박수희 보건소장이 퇴직함에 따라 2026년 1월부터 이희숙 건강증진과장이 보건소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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