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섭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 가장 솔깃한 정보는 갈아 마시면 비타민 C가 파괴되니 껍질째 씻어 큼직하게 잘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맞는 말일까?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서 과일을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은지 알아보자.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몸에 에너지를 주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물질인 비타민과 무기질은 생리 조절 기능을 담당한다. 또 몸의 60~70%를 구성하는 수분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인간은 음식을 먹어야 이로운 화학물질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영양소라고 부른다. 바꾸어 말하면 영양소는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열, 산소, 빛 등에 의해 변할 수 있다. 특히 비타민은 지용성과 수용성이 있고, 그 특성이 각기 다르기에 이를 활용하면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비타민 C는 의외의 재료에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대두(메주콩)에 검은 천을 씌우고 2~3일 정도 물을 주면 씨앗이 발아되고 줄기가 생기면서 콩나물이 되는데, 이때 대두에는 없었던 비타민 C가 만들어진다. 비타민 C는 괴혈병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괴혈병은 과거 유럽에서 젖과 고기를 주로 먹는 목동들에게 빈번했다. 또 15세기 말부터 시작된 대항해시대의 선원들도 괴혈병으로 고통을 겪었다. 괴혈병을 정복하게 된 것은 18세기 무렵 의사 린드의 연구 덕분이다. 린드는 영국 해군에게 빈번했던 괴혈병을 극복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식사로 제공되던 빵과 소금에 절인 고기에 레몬 또는 라임주스를 추가하도록 했더니 괴혈병이 없어졌다고 한다. 고기와 빵에 부족한 비타민 C를 감귤류가 보충해주었기 때문이다.


비타민 C의 역할

비타민 C는 혈액응고와 뼈와 피부 등 결합조직(콜라겐) 생성에 필요한 성분이다. 갈비찜을 푹 익히지 않으면 뼈에 있는 아주 질긴 성분 때문에 애를 먹곤 하는데, 뼈에 붙어 있는 고무줄 같은 조직이 바로 콜라겐이다. 콜라겐은 뼈와 살을 붙여주는 접착제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비타민 C가 부족하면 콜라겐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없고, 치아와 잇몸 사이가 벌어지면서 피가 나기도 한다. 몸속에 1.5g 정도 저장되어 있어서 3개월은 먹지 않아도 괜찮으나 저장된 비타민 C를 모두 꺼내 쓴다면 이렇게 무서운 결과가 찾아올 수 있으니 늘 신경 써서 보충해두어야 한다.


어떻게 먹을까?

채소와 과일에 비타민 C가 풍부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어떤 식품에 절대적으로 많은 양이 있는지 찾는 것보다는 신선도를 따지는 것이 더 낫다. 신선한 녹색 채소(특히 풋고추, 쑥갓, 고춧잎 등)와 딸기, 대추, 감귤류 등에 풍부하지만 냉장고나 실온에서 오래 두면 둘수록 산화되어 파괴되므로 되도록 수확한 날로부터 빠른 시간 안에 먹는 것이 좋다.

전분류 중에서는 감자에 풍부한데, 감자에 함유된 비타민 C는 전분 조직과 결합되어 있어 익혀도 덜 파괴된다. 요즘 바쁘고 입맛이 없어 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지 못해 잇몸에 상처가 잘 난다면 신선한 풋고추에 고추장을 찍어 밥반찬으로 곁들여보자. 채소는 많이 먹어도 열량이 적기 때문에 살이 찔 걱정이 없지만 과일은 하루 1~2회 주먹 크기만큼 먹는 것으로 정하고 매일 챙기면 좋다. 대용량으로 된 건강기능식품은 비타민 C 하루 권장섭취량 100mg의 10배 이상인 제품이 많은데, 과잉 섭취 시 소변으로 배설되는 수용성이라 섭취량을 늘리는 분들이 있다. 신장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여 적정량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비타민 C는 열과 자외선에 약하고, 썰어서 오래 두면 산화되어 파괴되는 성질이 있으니 주의한다.


갈아 마실까? 썰어 먹을까?

지금까지 내용을 보고 과일을 매일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건강증진에 앞서갈 수 있는 준비가 됐다. 그럼, 퀴즈의 해답을 찾아보자. 이가 시려서 새콤한 과일을 먹기 어렵다면 믹서에 갈아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비타민 C는 산소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수록 산화되어 파괴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믹서의 금속 칼날에도 파괴되지만 이보다는 산화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갈아서 바로 마신다면 비타민 C 파괴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썰어 놓은 과일도 바로 먹지 않으면 비타민 C는 계속 산화되어 파괴가 진행되므로 썰었다면 바로 먹는 것이 좋다. 특히 혈당 관리를 엄격하게 해야 하는 경우 크게 썰어서 오래 씹어 먹는다면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과일은 되도록 천천히 먹는 것이 좋다.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하기 위해 과일주스도 조금씩 천천히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과일 섭취 tip -

▲ 과일은 식후에 먹는 후식이 아니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
▲ 하루 중 부족한 에너지와 영양 보충을 위해 식사와 식사 사이에 유제품과 함께 먹으면 건강 Up! 활력 Up!
▲ 유제품은 식사와 함께 섭취 시 채소 반찬 중 식이섬유에 의해 칼슘 흡수가 방해되고, 과일과 함께 먹으면 비타민 C가 칼슘의 흡수를 도와주므로 이득이 크다.
▲ 과일과 유제품은 환상 궁합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김경숙 나우보건연구소 소장, 연성대학교 겸임교수
건강소식 2025년 12월호 中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