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최적경과대역이 경찰 기동대가 주민 접근을 차단한 가운데 사실상 원안대로 확정됐다.

4일 오후 나주 중흥골드스파&리조트에서 열린 7차 입지선정위원회에는 ‘결사반대’ 조끼를 입은 영암군대책위 주민 백여 명이 몰렸다. 그러나 건물 입구에는 이미 경찰 기동대가 방패를 들고 2열로 배치돼 있었고, 노란 폴리스라인이 쳐진 상태였다.

현장에는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시행되는 입지선정위원회는 적법한 사업추진 업무에 해당하며, 이를 방해하는 경우 업무방해 행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현수막이 내걸렸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까지 명시한 것으로, 지난 11월 19일 주민설명회에서 한전이 대책위 관계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형사처벌” 가능성을 경고한 데 이은 강경 대응이다.


6개월 연장·회의 참관 요구 묵살

대책위는 이날 회의에 앞서 법적으로 보장된 입선위 6개월 연장과 함께 대책위와의 대화 재개, 이를 확인하기 위한 회의 참관을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이에 분노한 주민들이 회의 참관을 요구하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 기동대에 가로막혔다.

이 과정에서 10년 전 귀농해 금정면 연보리에 정착한 김노연 씨가 실신해 쓰러지기도 했다. 김 씨는 그간 집회 때마다 “345kV 송전선 두 줄이 집 위로 지나간다”며 “어디서 살란 말이냐”고 호소해 온 주민이다.



“주민을 방해 요소로 본다”

대책위는 같은 날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지선정위원회는 주민 의견 수렴과 생활권 보호라는 기본 원칙을 외면했다”며 “주민을 절차의 대상이 아니라 방해의 요소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주민들의 항의 속에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고, 최적경과대역은 기존 안과 거의 동일하게 확정됐다. 다만 덕진면과 금정면 경계를 지나던 구간이 금정면 쪽으로 이동하는 등 일부 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업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여전하다. 입지선정위원회가 검토한 경로에서 광주 광산구는 17개 동 중 2곳만 포함된 반면, 영암군은 9개 읍면 중 4곳이 포함됐다. 게다가 다른 지역은 대부분 산지를 경유하는데, 영암은 주민이 실제 거주하는 생활권을 관통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전 측은 “입지선정위원회를 60일 이내에 구성했고, 3단계 절차마다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관련 절차를 규정대로 거쳤다”는 입장이다.


16일 전국행동 출범

경과대역 확정에도 대책위는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정철 대책위원장은 앞서 “7차 입선위가 마지막 고비”라며 “구속을 각오하고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책위는 무효소송 등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6일에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 출범식이 열린다. 오후 1시 국회 본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오후 3시 청와대 인근까지 대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전국행동에는 송변전선로반대 광주전남대책위원회를 비롯해 전북대책위, 충남송전탑백지화대책위원회, 경기행동, 전국농민회총연맹, 환경운동연합 등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