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읍면에만 ‘특혜’?…영암군 참여예산제 형평성 논란
주민자치회 참여한 읍면만 8천만~1억원 예산혜택 받아
미참여 6개 읍면은 별도 지원 전혀 없는 불균형 드러나
삼호·금정 등 “다른 지역만 혜택받는 구조” 불만 커져
군 “불이익 아니다”…소외 지역 구체적 대안책은 없어
선호성 기자입력 : 2025. 03. 14(금) 12:21
▲ 영암군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지난해 10월 2일 군청에서 2025년도 본예산에 반영할 23억 원 규모의 주민제안 사업 13건을 심의·의결했다.

영암군이 2025년 주민·청년 참여예산제도 운영계획의 일환으로 도입한 ‘읍면 자치계획형 참여예산제’가 주민자치회를 구성한 5개 읍면에만 적용되면서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주민자치회를 구성한 영암읍, 시종면, 도포면, 군서면, 서호면은 각각 8천만 원~1억 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받는 반면, 미구성 지역 6개 읍면은 관련 예산 지원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이 공개한 ‘2025년 주민·청년 참여예산제도 운영계획’에 따르면, 올해 신규시책으로 도입된 읍면 자치계획형 참여예산제는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 유형의 다변화 필요에 따라, 읍면별 특색있는 사업 및 정책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정책 발굴”을 위해 시행된다. 그러나 대상은 ‘시범 선정된 5개 읍면 주민자치회’로만 한정되며, ‘나머지 읍면은 일반제안’만 가능하다.

이 계획에 따르면 자치계획형 참여예산제 대상 읍면은 “읍면별 8천만 원~1억 원의 사업 제안·접수”가 가능하지만, 주민자치회 미구성 지역은 별도의 예산 지원이 없다.

▲ 지난 11일 영암군청 홈페이지 고시/공고란에 게재된 ‘2025년 주민 청년참여예산제도 운영계획안’ 내용

본지가 영암군 자치행정과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비참여 읍면에 대한 지원 여부를 묻자 “지금 자치회를 안 하고 있는 읍면에는 따로 저희가 지원을 하고 있는 건 없다”라고 명확히 답변했다. 또한 예산 배분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은 그렇게 되고 있다”라고 인정했다.

이러한 형평성 문제에 대해 박영하 자치행정과장은 “맹목적으로 주민자치회에서 건의하면 사업은 무조건 해주고 안 한 데는 안 준다 이런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하면서도, 구체적인 균형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 많이 쓰겠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러한 예산 배분 구조는 지난 1월 출범한 영암군 주민자치회의 지역별 참여 현황과 맞물려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영암군의 11개 읍면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삼호읍을 포함한 6개 읍면이 주민자치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월 17일 본지 보도에 따르면, 삼호읍의 경우 “도농복합지역으로서 주민자치 역량이 충분하다고 보았으나, 내부 의견 차이로 인해 다른 읍·면의 운영을 지켜본 뒤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김영신 자치행정과 자치공동체팀장이 설명한 바 있다.

미참여 읍면들의 불참 배경에는 각 읍·면의 문화체육행사추진위원회(이하 문체위)를 비롯한 기존 사회단체들과의 관계 설정이 핵심 쟁점으로 작용했다. 박 과장도 “기존에 문체위 등 협의회를 다 없애고 주민자치회로 바꾸는 걸로 오해했다”며 “점차 바꿔가는 추세로 이해하면서 참여 의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문체위는 읍·면민의 날 행사를 비롯한 각종 지역 행사를 주관하며 보조금을 지원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자치회가 새로운 주민대표기구로서 지역행사와 사업을 주도하게 되면서, 기존 단체들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우려가 불참의 주된 이유였다.

이러한 불참이 예산 혜택에서의 배제로 이어지면서 미참여 읍면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군내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삼호읍의 한 주민은 “우리 세금으로 다른 지역만 혜택을 받는 구조”라는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주민자치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예산) 차별이 있는 줄 몰랐다”며 “얘기를 해봐야 하겠지만, 이렇게 (예산에서) 배제하는 건 너무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금정면의 한 주민 역시 “굳이 새로운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나”라며 “이런 식이면 강제하는 게 아닌가, 선택에 따라 차별받는 꼴이 됐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미참여 읍면도 ‘일반제안’이 가능하다고 설명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제한된 예산의 범위에서 자치계획형 참여예산은 이미 5개 읍면에 배정된 8천만~1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작되는 반면, 일반제안은 남은 예산 내에서 검토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주민참여예산 공모에서도 총 52건이 접수됐으나 예산 부족으로 11건만 최종 반영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참여 읍면의 일반제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 같은 형평성 문제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기본 취지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재정 운영의 투명성·공정성·효율성 제고’와 ‘재정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재의 운영 방식은 오히려 읍면 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영암군의 2025년 주민·청년 참여예산제도 운영계획에 따르면, 3월부터 6월까지 읍면 자치계획형 참여예산제가 시행되고, 8월에는 주민총회를 통해 최종 사업이 결정된다. 이후 9월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를 거쳐 2026년도 본예산에 반영될 예정이다.

지난해 영암군의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 중 최종 반영된 11건의 사업비는 총 5억 8,630만 원이었다. 올해는 주민자치회 구성 5개 읍면에 배정되는 4억~5억 원 규모의 자치계획형 예산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자치회 미참여 읍면들은 내년 하반기 2기 위원 모집 시 다시 주민자치회 전환 여부를 결정할 기회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올해 발생하는 예산 혜택 차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예산제도가 ‘참여하면 혜택, 불참하면 배제’라는 강압적 구조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자치회라는 특정 형태의 주민조직 구성 여부가 예산 혜택의 절대적 기준이 되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주민 참여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포용적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 | 영암군 | 참여예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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