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상대포 역사공원 LED조명 구매 과정에서 재공고 없이 5억 8,893만 원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전남·전북 지역 공공 조명사업 전반의 입찰 투명성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보도에서 H사를 포함한 3개 업체가 대표자를 맞바꾸며 사실상 동일 그룹으로 운영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단순 행정 미숙을 넘어 입찰 과정의 구조적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영암군, 긴급입찰 후 재공고 없이 수의계약

영암군은 2024년 1월 22일 상대포 역사공원 LED조명기구 구매를 위해 7억 6,500만 원 규모의 긴급입찰을 공고했다. 통상 20일 이상 필요한 공고기간을 10일로 단축하고, IP65 방진방수 성적서를 필수 조건으로 요구했다.

입찰에는 3개 업체가 참여했으나 2곳이 규격 미달로 탈락했다. 단독응찰로 유찰됐음에도 영암군은 지방계약법상 원칙인 재공고를 거치지 않고 충남 소재 H사와 5억 8,893만 원(낙찰률 98%)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영암군은 답변서를 통해 “왕인문화축제와 연계된 월인천강 공연 구역 조명을 축제 전에 설치해야 했다”며 긴급입찰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또한 “옥외 설치 조명의 특성상 IP65 이상 방진방수 등급은 필수적이며,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법에 따라 직접생산 확인이 의무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체 납품기한이 6월까지로 설정된 점을 고려하면 3월 축제를 이유로 전체 사업을 긴급입찰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부 구간만 긴급 발주하는 방법도 있었다는 것이다.


전남·전북 조명사업 동일 그룹 연속 수주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패턴이 영암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남 5개 시군에서 동일 업체 그룹이 2년간 80억 원이 넘는 경관조명 사업을 연속 수주했다.

전북 진안군에서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도시경관 조명사업 3건(26억 5,000만 원)을 모두 같은 업체가 낙찰받았다. 진안군은 1·2·3구간으로 나눠 해마다 발주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일각에서는 ‘분할 발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 연속 낙찰받은 업체는 사실상 동일 그룹으로 운영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영암군에서 수의계약을 체결한 H사를 포함해 3개 업체가 대표자와 사내이사를 서로 맞바꾼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H사와 연관된 한 업체는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는 “당연히 자기 회사가 3개 있으니까”라며 H사를 포함한 3개 회사가 사실상 동일 그룹으로 여러 회사로 나눠 입찰에 참여하는 구조라고 증언했다.


공무원 개입 의혹과 투명성 논란

영암군의 경우 공무원이 H사를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제보자에 따르면 “영암군 팀장이 H사와 이야기해서 규격 가격 동시입찰로 안을 만들라고 설계사무소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암군은 언론의 계약업체 직접생산 여부 확인을 위한 동행취재 요청에 “동행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영암군청 홈페이지 계약정보시스템에는 재공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재공고한 것처럼 기재돼 있는 것도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IP65 성적서를 2주 내 준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전에 준비된 업체만 참여 가능한 구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암군은 “사전규격 공개를 1월 12일부터 16일까지 진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짧은 공고기간과 맞물려 경쟁을 제한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지자체 입찰 시스템 전면 점검 필요

이번 논란은 영암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공입찰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업체가 여러 법인을 활용해 입찰에 참여하고, 이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영암군은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이지만, 법적 요건 충족과 별개로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