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지역 내 폐기물재활용업체들의 환경오염 문제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업체들의 잇단 환경법 위반에도 영암군은 솜방망이 처벌만 반복하고, 주민 민원에는 귀를 닫아 ‘환경오염 모르쇠’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급기야 우승희 군수를 상대로 한 주민들의 불신임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행정 불신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0년째 주민 괴롭히는 ‘악질 업체’…주민 고통도 모른척

영암군 미암면 춘동리에는 Y환경, S업체, J산업이 있다. 폐기물 수집과 소각, 스티로폼 제조 사업을 하는 이들 계열사는 대표 유 모 씨가 가족들과 함께 10년 넘게 운영 중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들 업체의 환경오염이다. 폐목재나 폐플라스틱 소각 과정에서 시커먼 매연과 유해 물질이 내뿜어져 인근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어 왔다.

▲ 맑은날이지만 매연 때문에 시야가 뿌옇게 보인다.

최규종 씨 등 미암 주민 제보에 따르면 각종 폐기물에서 나오는 악취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지경이다. 매연으로 농작물 피해도 입었고, 고구마 수확하러 온 인부들이 매연 때문에 돌아간 일도 있었다.

특히 주민들은 건강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기관지염과 호흡기 질환을 앓는 주민이 늘었다는 게 주민들의 증언이다. 지역에선 “악취가 너무 심해 이러다 큰 병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이에 주민들은 ▲도시가스 연료 전환 ▲공장 이전 ▲건강검진 실시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9차례 적발에도 솜방망이 처벌…특혜 논란도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영암군의 행정은 구멍투성이였다.

영암군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이들 기업은 9번이나 환경 관련 법규를 위반해 적발됐다. 환경 기준에 어긋난 연료 사용, 무허가 시설 가동 등이 주요 적발 사항이었다.

그런데도 영암군은 대부분 개선명령이나 경고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했다. 업체들이 잇단 위반을 저질렀음에도 영업정지 등 강도 높은 제재는 나오지 않았다.

▲ 환경오염물질 배출사업장 행정처분 현황(2019년~2023년)

특히 지난 2014년 Y환경이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전남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업체 손을 들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군이 직접 처분을 취소한 것은 아니지만, 악질 업체에 대한 군의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체 꼼수에 주민 뿔났는데…군수는 ‘나 몰라라’

주민 반발을 부르는 또 다른 이유는 업체들의 꼼수다.

J산업은 2020년 2월 회사를 설립하고 지난해 10월 S업체로부터 공장 부지와 창고를 매입하며 증설을 꾀하고 있다.

증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꼼수를 써서 환경영향평가를 피해 가려 한다”고 주장한다.

J산업은 불과 278㎡(약 84평) 규모로 공장 용도 변경 신고를 냈다. 이는 협의 대상이 되는 30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뿐 아니라 불법 지하수조 공사 의혹도 불거졌다. 주민들은 “정제염을 생산하기 위한 불법 지하수조를 파 놓고 원상복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영암군은 처음에 문제가 있다더니 이후 입장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한 행정으로 주민 불신만 키웠다.

급기야 주민들은 우승희 군수를 직접 규탄하기에 이르렀다. 우 군수는 지난해 9월 주민 면담 요청을 외면한 채 지금까지도 만남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제보자 최 씨는 “군수는 주민 고통은 외면한 채 업체 봐주기만 급급하다”며 분노했다.

우 군수는 지역 환경 현안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수차례 현장 방문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고, 악취·매연 관련 주민 민원엔 뒷전이다.

이런 가운데 J산업은 증설을 강행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선 “군수가 업체 편만 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한 주민은 “우리는 아이들에게 깨끗한 고향을 물려주고 싶다”며 “제발 영암군이 기업 편들기를 멈추고 주민 편에 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