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채식
영암열린신문입력 : 2026. 09. 18(금)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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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먹는 한 끼에는 생각보다 많은 자원이 사용된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는 과정부터 식품을 가공하고 운송하는 과정까지 토지와 물, 에너지가 필요하고 온실가스도 배출된다. 그렇다고 환경을 위해 당장 모든 고기를 식탁에서 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식사의 구성을 조금씩 바꾸고 식물성 식품의 비중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된다. 건강과 환경을 함께 지키는 지속가능한 식생활, 그중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채식의 방법을 알아본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포함된 ‘환경 비용’

농작물을 재배하려면 토지와 물, 비료 등이 필요하고 가축을 기르는 데에도 사료와 물, 토지가 있어야 한다. 수확한 식품은 가공·포장·저장·운송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에너지가 사용되고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도 보이지 않는 ‘환경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식생활이 반드시 채식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먹는 식사의 구성을 조금씩 바꾸고, 음식물을 버리지 않으며, 제철 식품과 지역에서 생산한 식품을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받는 것이 ‘지속가능한 식단’이다. 지속가능한 식단은 단순히 환경에 부담을 적게 주는 식단만 뜻하지 않는다. 현재와 미래 세대의 건강을 지키면서 식품 생산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경제적·사회적으로도 지속할 수 있는 식생활을 의미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인 ‘채식’을 살펴본다.


다양한 채식 방법

채식이라고 하면 모든 동물성 식품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채식에는 다양한 단계와 방식이 있어 자신의 생활 방식과 건강상태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채식 선택권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패스트푸드에서도 채식 메뉴를 선보이며, 일부 교육청에서는 학교 급식에 페스코 식단을 제공하는 날을 운영하며 환경·영양 교육과 연계하기도 한다.

채식의 범위도 다양하다.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않는 비건부터 평소에는 채식 위주로 먹되 상황에 따라 육류를 섭취하는 플렉시테리언까지 여러 방식이 있다. 중요한 것은 채식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엄격한 기준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조금씩 식생활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할까?

채식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고기를 완전히 먹지 않아야 할까? 붉은 고기와 햄·소시지·베이컨 같은 가공육을 많이 섭취할수록 대장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동물성 식품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다.

동물성 식품에는 양질의 단백질뿐 아니라 비타민 B12, 철분, 아연, 칼슘 등 식물성 식품만으로 충분히 섭취하기 어렵거나 흡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양소가 풍부하다. 생선은 오메가3의 핵심 성분인 EPA와 DHA를 공급하는 중요한 식품이기도 하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와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기 쉬운 노인, 철분과 단백질 요구량이 많은 임산부의 경우 동물성 식품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비건 식단은 영양 섭취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어 개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빼기’보다 ‘바꾸기’로 시작하는 채식

지속가능한 식생활에서 핵심은 특정 식품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육류의 섭취 빈도를 조절하고 그 자리를 다양한 식물성 식품으로 채워나가는 방법도 있다. 붉은 고기의 섭취는 일주일에 1~2회 정도로 조절하고, 가공육은 한 달에 1회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대신 콩과 두부, 통곡물, 채소, 견과류, 생선 등 다양한 식품을 식탁에 고루 활용한다.

콩은 식물성 식품 가운데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며 칼슘과 철분, 불포화지방산도 함유하고 있다. 두부는 일상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식물성 단백질 식품이다.

통곡물은 식이섬유와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해 장 건강과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견과류에는 불포화지방산과 식이섬유, 비타민 E, 다양한 무기질이 들어 있다. 다만 열량이 높은 만큼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선은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며, 특히 등푸른생선은 EPA와 DHA를 함유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한 끼의 변화가 만드는 지속가능한 식탁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의 국가표준식품성분 DB(2026년)를 기준으로 100g당 단백질 함량을 살펴보면 두부는 9.62g, 현미는 7.3g, 브로콜리는 3g, 고등어는 20g이다. 동물성 식품의 경우 돼지고기 등심은 22g, 소고기 등심은 약 20g이다.

육류는 100g당 단백질 함량이 높고 필수아미노산을 균형 있게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식단에서 육류 중 일부를 콩·두부·통곡물·견과류 등으로 다양하게 바꾸면 식이섬유와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인 파이토케미컬의 섭취를 늘리면서 식단이 환경에 미치는 부담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식생활은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 먹는 한 끼에서 고기를 두부나 콩으로 바꾸고, 채소와 통곡물을 조금 더 담는 작은 선택부터 시작할 수 있다. 완전한 채식이 아니어도 괜찮다. 건강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며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식탁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 그것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채식의 첫걸음이다.

김경숙 나우보건연구소 소장·연성대학교 겸임교수
건강소식 2026년 09월호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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