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장이 전 금정면장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송전선로를 둘러싼 지역 갈등이 개인 간 법적 다툼으로 비화되면서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복용 전 금정면장(현 인재육성체육과장)은 최근 정철 ‘고압송전선로 철탑 건설 반대 영암군대책위원장’을 모욕죄와 업무방해죄로 영암경찰서에 고소했다. 양측은 오는 24일 오후 영암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간담회 중 언쟁…문제의 ‘아줌마’ 발언

고소 사건의 발단은 지난 9월 5일 금정면사무소에서 열린 송전선로 관련 주민간담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간담회에는 최 전 면장과 정 위원장을 비롯해 반대대책위, 면 직원 등 12명가량이 참석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시 송전선로 문제를 놓고 금정면대책위원장과 최 전 면장이 논쟁을 벌이던 중, 면장의 발언이 길어지자 정 위원장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이때 최 전 면장이 “어디 면장이 말하는데 끼어드냐”고 제지했고, 이를 두세 차례 계속 반복하자 정 위원장이 “아줌마”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면서 언쟁이 격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간담회) 자리에서 너무 열받아서 한 말”이라며 “너무 화가 나서 ‘아줌마’라고 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면장이 어디 말하는데 끼어드냐는 식인데, 오죽했으면 그랬겠냐”고 덧붙였다.


2년간 은폐된 송전선로, 갈등의 근원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송전선로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한전의 345kV 송전선로 건설 계획은 2023년 4월부터 시작됐지만, 일반 주민들은 올해 9월에야 이를 알게 됐다. 본지 취재 결과, 일부 이장들은 올해 1월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주민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전 면장이 7월 1일 부임한 이후에도 이러한 정보 은폐는 계속됐다. 7월 24, 25일 첫 반상회를 면사무소가 아닌 신유토마을 이장 개인집에서 진행하며 음식과 술을 제공받은 ‘향응 의혹’도 제기됐다.

8월 25일 반상회에서는 이장단장이 경과대역 지도를 가져와 “송전선로가 금정면을 비껴간다”며 “본인이 다른 곳으로 밀었다”고 자랑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금정면을 통과하는 노선이었고, 주민들은 9월 초에야 이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


“정치적 고소” vs “정당한 권리행사”

최 전 면장은 본지가 9월 19일 향응 의혹을 보도한 이후 영암군 감사를 받았고, 10월 3일 자로 본청 인재육성체육과로 전보 발령이 났다. 또한 본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최 전 면장은 당시 간담회에 동석했던 금정면 소속 팀장에게 증인이 되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고소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한 지역 인사는 “위에서 시킨 것 같다”며 “면장으로 있으면서 고소하면 면민과 대결 구도가 되니 모양새가 안 좋아서 본청으로 들어가서 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 위원장은 “정철이가 아줌마라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했으면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자신을 겨냥한 고소라고 해석했다.

이번 고소와 관련해 본지는 최 전 면장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연락했으나 “몸이 안 좋아서 통화할 수 없다”며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본지는 언제든 반론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갈등 장기화 우려…주민들 “걱정스럽다”

한편, 이러한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영암군은 9월 16일 ‘송전선로 사업 중단’ 입장문을 내면서도, 같은 시기 배포한 Q&A 자료에서는 “조례 공표대상이 아니다”고 거짓 해명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한전 사업에 협조만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등 무책임한 행정으로 방관하는 모양새다.

주민들은 9월 10일 영암군청 앞 집회를 시작으로 9월 17일 나주 한전 본사 대규모 시위(250명, 화물차 200대), 10월 14일 한전 주민설명회 무산 등 강력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고소 사건으로 송전선로를 둘러싼 지역 갈등이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 주민은 “송전선로 문제로 온 마을이 시끄러운데, 이제 법정 다툼까지 벌어지니 갈등이 더 깊어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영암경찰서는 24일 양측을 조사한 후 사실관계를 파악해 사건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