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을 2년 넘게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정작 군은 2년간 한전에 협조해 왔으면서도 ‘우리 군 숙원사업이 아니다’라는 답변뿐이었다.

지난 10일 영암군청 앞에서 열린 ‘고압 송전선로와 철탑 건설 반대 영암군대책위원회’ 집회에는 주민 1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영암읍, 금정면, 덕진면, 신북면 등 4개 읍면을 관통하는 송전선로 계획을 9월 초에야 처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23년 4월부터 진행, 주민 공청회는 0회

한전이 추진하는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2023년 4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다. 이때부터 2025년 9월까지 884일간 진행됐지만, 주민 대상 공청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영암군은 지난해 7월 한전 요청을 받아 입지선정위원 9명을 추천했다. 이들은 같은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나주시티호텔, 나주중흥골드스파, 김대중컨벤션센터 등에서 4차례 회의에 참석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7일 제3차 회의에서 영암군 4개 읍면을 관통하는 최적경과대역이 확정됐다.

김원근 한국농업경영인 영암군연합회장은 “입지선정위원 9명은 시종면 비대위원장, 도포면 이장단장, 신북면 이장단장 등 대부분 이장단장들이었다”며 “주민들이 송전선로 건설에 대해 이들에게 어떠한 권한도 위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영암군 “주민 설명 빠진 것 같다”

천제영 영암군 에너지산업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차 회의 때 한전에서 마을 대표들에게 사업 설명을 했는데, 마을 대표들이 읍면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것이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이 사업 주체고 저희는 협조만 하는 입장”이라며 “이것은 우리 군 숙원사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영암군은 국가 계획사업이라는 이유로 한전에 협조했다는 것이다.

영암군 조례에 따르면 갈등시설 설치 시 주민에게 사전 고지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영암군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예상 피해와 경제적 실익

송전선로가 건설되면 50미터 높이(아파트 15층)의 철탑이 설치된다. 주민들은 드론·헬기 농약 살포 불가, 벌 활동 저하로 인한 농작물 수분 문제, 가축 번식률 저하 등을 우려하고 있다.

영암군이 얻는 경제적 이익은 송전탑 부지 임대료 연간 수백만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전선로 예정 경로는 영암군이 추진 중인 백룡산 관광개발 지역과도 겹친다.

정운갑 영암군의회 부의장은 “군의회 부의장인 저도 며칠 전에야 알았다”며 “애초 노선이 아니고 바뀐 노선이라고 들었는데, 어느 지역은 반대가 심하니 비껴가고 어느 지역은 말이 없으니 진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9월 16일까지 답변 요구

대책위는 영암군에 ▲송전선로 계획 인지 시점과 행정 조치 ▲입지선정위원의 대표성 법적 근거 ▲군민 피해 파악 내용 ▲영암군의 공식 입장 등 4개 항목에 대해 오는 16일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정철 대책위원장은 “9월 17일 영암군청을 거쳐 한전 본사까지 화물차 150대 이상, 주민 2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차량 시위를 벌일 것”이라며 “10월 국정감사 기간에는 50명 이상이 한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송전탑 설치에 대한 주민 반대 입장도 이해하지만, 국가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사업”이라며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사업 취지를 알리고 주민 보상을 현실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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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잡습니다]
해당 기사는 2025년 9월 12일자 영암열린신문 지면 보도 후, 영암군의 정정 요청에 따라 수정되었습니다. 기사 내 군 관계자 인터뷰 대상을 ‘손병희 에너지정책팀장’로 기재한 것은 오기였으며, 실제 인터뷰는 ‘천제영 에너지산업팀장’과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정확한 정보로 수정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