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농민회와 영암군쌀생산자협회가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강제감축 정책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양 단체는 지난 14일 영암군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종윤 영암군농민회장은 “영암군은 1573ha, 약 471만 9천 평의 벼 재배면적을 줄여야 한다”며 “느닷없는 명령을 받고 이를 따를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농민단체들은 헌법소원 청구와 함께 전국 50만 농가를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전국적으로 8만ha의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감축 이행 농가에는 공공비축미 우선 배정을, 미이행 농가에는 공공비축미 배정 제외 등의 패널티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권혁주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은 “내 논에 무엇을 심을지는 농민이 결정할 문제”라며 “패널티를 무기로 벼농사를 못 짓게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정부가 내세운 패널티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김봉식 쌀생산자협회 사무국장은 “마을당 공공비축미를 내는 농가가 서너 농가 정도인 현실에서, 대다수 소농들에게 공공비축미 제외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공공비축미 물량이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어서, 패널티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크게 퇴색했다는 분석이다.

▲ 영암군농민회와 영암군쌀생산자협회 회원들이 14일 영암군청 앞에서 벼 재배면적 조정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재배면적 조정 부과 통지서’를 찢어버리고 있다. 정부는 영암지역에 1,573ha의 벼 재배면적 감축을 할당했으며, 이는 전남 22개 시·군 중 해남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자체들도 이 정책의 실행 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시군 담당자 대상 설명회가 지자체들의 반발로 연기된 상태다. 현장 공무원들은 “13% 감축량을 정확히 확인하고 측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공무원을 그만두고 말지 이런 정책은 시행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라남도 역시 “시행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들은 이러한 정책의 실행가능성 문제를 넘어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매년 40만 8700톤의 수입쌀을 들여오면서 국내 생산량은 줄이려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목표로 한 8만ha 감축으로 줄어들 생산량이 약 41만 톤으로, 이는 수입쌀 물량과 맞먹는 규모다.

김봉식 사무국장은 “일본의 경우 수입쌀 90만톤 중 밥쌀용은 1.8%에 불과하고 대부분을 가공용, 사료용으로 활용하는데, 우리는 수입쌀까지 밥쌀용으로 써서 쌀이 남는다는 착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최근 5년간 쌀 자급률이 100%를 넘긴 해는 2022년 단 한 해뿐”이라고 설명했다.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개발과 태양광발전 등으로 17만ha의 논이 사라진 상황에서 추가 감축은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도 지난해 발표한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 실태’ 감사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2060년 쌀 생산성이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처럼 정책의 문제점이 지적되는 가운데, 이번 정책을 주도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촌 연구 전문가일 뿐 농업 정책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농민단체들은 이번 정책이 식량정책과의 “준비되지 않은 악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역 차원의 대응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영암군은 친환경 전환을 검토하는 수준의 소극적 대응에 그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마을단위 간담회 등을 통해 조직적 반대운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미 정부는 당초 1월 15일 예정이었던 시군 담당자 설명회를 연기하고 통지 명령서 발송도 중단한 상태다.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과 이에 대한 농민들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