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자율 감축 방식으로 선회했지만, 영암군의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초 계획했던 농가별 감축면적 통지와 공공비축미 배정 제외 등의 패널티를 폐지하고 지자체 자율성을 부여했지만, 시도별 감축 목표면적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영암군은 1,573ha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책 기조의 핵심적 변화는 21일 박범수 차관이 주재한 시도 농정국장회의에서 이뤄졌다. 농식품부는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한 일괄적인 감축면적 통지를 하지 않기로 했으며, 공공비축미 배정 제외 등 개별 농가에 대한 패널티도 전면 폐지했다.

이를 대신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감축방안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각 지자체는 ▲농지전용 ▲친환경인증 ▲전략작물 ▲타작물 ▲자율감축 등 5개 유형 중에서 지역 실정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 추진하게 된다. 특히 공공비축미 매입물량 배정 농가, 계약재배 농가, 2ha 이상 대농을 중심으로 자율감축을 유도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시도별 감축 목표면적은 그대로여서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남도는 1만5,831ha를 줄여야 하며, 이 중 영암군의 배정량은 해남(2,184ha)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573ha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암군은 일단 전략작물 재배 확대를 중심으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은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강승희 영암군 농업정책과 농업지원팀장은 “정부 방침이 바뀔 수 있다고 해서 잠시 멈춰선 상태”라며 “2월 중에 농민단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지자체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놓았다. 하계조사료 직불금을 ha당 43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인상하고, 친환경 직불금도 유기농은 70만원에서 95만원으로, 무농약은 50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친환경 전환의 경우 감축실적의 1/5만 인정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에 대해 김봉식 영암군쌀생산자협회 사무국장은 “공공비축미를 내는 농가가 마을당 서너 농가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런 인센티브만으로는 농가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우려와 함께 농업계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자율성 부여는 긍정적이나 기존 재배면적 감축 정책과 차별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지자체가 농가를 설득할 수 있는 더 다양하고 확실한 보상안이 필요하며, 타작물 유도 등 관련 예산권을 대폭 확대해 지자체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