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대불산업단지에서 또다시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안전 캠페인이 무색하게 가장 기초적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예방 가능한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10일 오전 9시경 삼호읍 대불산단 내 한 선박용 철판 가공업체에서 크레인 설비를 수리하던 A씨(59)가 약 8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영암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 업체 현장소장급 직원인 A씨는 크레인 상부에서 레일 수리 작업을 하던 중 추락했다. A씨는 안전모는 착용하고 있었으나 추락 과정에서 벗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 등을 심하게 다친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추락방지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장에는 낙하방지망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2m 이상 높이에서 작업할 경우 안전대 착용과 추락방지망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8m는 약 3층 건물 높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대불산단에서만 지붕이나 크레인 등 높은 곳에서 작업 중 추락한 사망사고가 이번이 다섯 번째다. 1월 17일 13m 환풍기 작업, 1월 18일 4.5m 지붕공사, 4월 16일 15m 태양광 패널 교체, 8월 7일 10m 채광창 수리에 이어 이번 사고까지 올해만 5명이 고소작업 중 추락으로 목숨을 잃었다.

5월 17일 HD현대삼호에서 발생한 개구부(맨홀) 추락 사망까지 포함하면 추락으로 인한 사망은 6건으로, 올해 대불산단 전체 중대재해 사망 9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추락사는 안전대와 추락방지망만 제대로 갖춰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사고다. 추락방지벨트는 2만 원에서 7만 원, 추락방지망 설치는 20만 원 정도면 가능하다. 하지만 비용 부담을 이유로 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고는 8월 19일 5차례에 걸친 민관합동 안전문화 캠페인이 끝난 지 불과 50여 일 만에 발생했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전남도와 영암군, HD현대삼호, 대불산단경영자협의회, 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해 총 5차례 대대적인 안전 캠페인을 벌였지만, 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광주전남노동안전지킴이 손상용 운영위원장은 “안전대 2만 원을 아끼다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피켓 들고 구호 외치는 캠페인보다 현장에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남은 올해 1분기 산업재해 사망자가 1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대불산단이 전남 산재 사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 고용노동부 목포지청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