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제3차 입지선정위원회에서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최적경과대역이 발표됐다. 같은 날, 같은 회의에서 함평은 사실상 제외됐고, 영암은 4개 읍면 관통이 확정됐다. 그러나 함평 주민들은 축제 분위기였던 반면, 영암 주민들은 이 사실조차 몰랐다.


원래부터 대상이었던 8개 시군

신해남-신장성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2023년 4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다. 처음부터 광주·전남 8개 시군(장성, 함평, 무안, 화순, 나주, 영암, 장흥, 강진)이 모두 대상 지역이었다. 영광, 함평, 영암 모두 송전선로가 지날 수 있는 후보 지역이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5년 6월, 최종 경로에서 영광과 함평은 빠지고 영암은 그대로 남았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영광과 함평의 성공적인 반대 투쟁

영광 주민들은 송전선로 계획을 인지하자마자 즉각 반대에 나섰다. 지난해 9월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영광 주민들은 사찰과 상수원 보호구역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고, 결국 영광 지역은 경로에서 제외됐다.

함평의 대응도 신속했다. 지난해 9월 ‘함평군 송전철탑 건설저지 함평범군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9월 24일부터 한전 본사 앞에서 무기한 시위에 돌입했다. 92일간의 한전 본사 앞 시위를 포함해 9개월간의 조직적 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올해 6월 27일 제3차 입지선정위원회에서 함평은 나주시와 경계인 나산면 끝선만 조금 포함되는 것으로 축소됐다. 함평군번영회장은 “군민들이 단합된 힘을 보여준 덕분”이라며 “최종 확정시에는 함평군 전 지역이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 지난 6월 27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최적경과대역이 결정됐다.

영암, 2년간의 정보 차단이 만든 비극

같은 날 영암군 4개 읍면(영암읍, 금정면, 덕진면, 신북면)을 관통하는 최적경과대역이 확정됐다. 영암도 처음부터 대상 지역이었지만, 영광·함평과 달리 반대할 기회조차 없었다.

영암군은 2023년 4월 송전선로 계획을 인지했지만, 2년간 주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다. 지난해 7월 한전 요청으로 입지선정위원 9명을 추천했는데, 대부분 각 읍면 이장단장들이었다. 이들은 2024년 12월부터 2025년 8월까지 나주시티호텔, 나주중흥골드스파 등에서 4차례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김원근 한농연 영암군연합회장은 “이장단장은 이장들이 뽑은 거지 우리가 뽑은 게 아니다”라며 “주민들이 이들에게 송전선로 결정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고 분노했다.


조용한 곳이 선택됐다

정철 영암 대책위원장은 “3개월 전 함평 대책위 관계자가 ‘함평에서 반대가 심하니 영암으로 갈 것’이라고 알려줬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증언했다.

정운갑 영암군의회 부의장도 “어느 지역은 반대가 심하니 비껴가고, 어느 지역은 말이 없으니 진행한 것 같다”며 “군의회 부의장인 저도 며칠 전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결국 원래 대상이었던 여러 지역 중, 주민 반대가 거센 영광과 함평은 제외되고, 2년간 정보가 차단돼 반대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영암만 그대로 남게 된 것이다.


영암군의 명백한 책임

천제영 영암군 에너지산업팀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마을 대표들이 읍면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것이 빠진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영암군 조례에는 갈등시설 설치 시 주민에게 사전 고지할 의무가 명시돼 있다. 축사 하나를 지어도,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도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345kV 초고압 송전선로와 50미터 높이 철탑 건설을 2년간 숨긴 것이다.

권혁주 영암 집행위원장은 “우리 주민들 머리 위로 불덩이가 지나가는 이 어마어마한 사건을 영암군은 지금까지 암암리에 깜깜이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뒤늦은 저항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암 주민들은 9월 초에야 사실을 알고 대책위를 구성했다. 다른 지역보다 1년 이상 늦었지만, 주민들의 의지는 확고하다.

9월 17일 화물차 150대 이상을 동원한 한전 본사 시위, 10월 국정감사 기간 본사 점거, 릴레이 1인 시위 등 총력 투쟁 계획을 세웠다. 박춘홍 금정면 대책위원장은 “내 몸이 부서지든 말든 결코 막아내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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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잡습니다]
해당 기사는 2025년 9월 12일자 영암열린신문 지면 보도 후, 영암군의 정정 요청에 따라 수정되었습니다. 기사 내 군 관계자 인터뷰 대상을 ‘손병희 에너지정책팀장’로 기재한 것은 오기였으며, 실제 인터뷰는 ‘천제영 에너지산업팀장’과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정확한 정보로 수정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