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파괴, 농민 말살, 윤석열을 몰아내자!”

20일 오전 오장성휴게소. 서울 상경을 앞둔 영암군농민회 회원 70여 명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날 상경 투쟁에는 신승철·손남일 전라남도의원, 박성표 월출산농협 조합장, 전광열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영암군연합회장 등이 참석해 지지를 표명했다.

이날 상경 과정에서 농민들은 농림부의 공공비축미 매입 정책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농민단체들은 ‘신곡 대신 구곡 5만톤을 매입한 점’, ‘농가가 아닌 농협 보유 물량을 매입한 점’, ‘가공용 쌀을 포함시킨 점’ 등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감사원 조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서울에 도착한 영암 농민들이 첫 발을 내디딘 곳은 농협중앙회 본점이었다. 이미 수백 명의 경찰과 경찰버스가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 농민들이 ‘민주주의 장례식’ 퍼포먼스를 위해 사전 신고된 상여(모조품)를 꺼내는 과정에서 경찰과 잠시 충돌이 빚어져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상여 옆면에는 “농민 생존권 사수”와 “윤석열 퇴진!”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후 경찰들과의 추가적인 충돌없이 상황은 일단락됐고, 농민들은 상여를 메고 농협중앙회에서 숭례문까지 행진하며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었음을 상징하는 장례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이후 영암 농민들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주최한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에 합류했다. 오후 3시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 전국에서 모인 농민과 노동자 1만여 명이 한목소리를 냈다.

“쌀 가격이 25년 전으로 돌아갔는데, 비료나 농자재 가격은 25년 전보다 5배 이상 올랐다”며 농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산지 쌀값은 한 가마(80㎏) 18만 2,872원으로, 정부가 약속한 20만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정부의 쌀 수입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내년에 정부 소유 간척지 등 8만 헥타르에 쌀농사를 짓지 못하게 했는데, 이는 쌀 생산량 40만톤에 해당한다. 반면 수입쌀은 1년에 41만 톤씩 들어온다”며 “수입쌀을 팔아주기 위해 국내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이러한 정부 정책이 국내 쌀 생산 기반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변화 대책 부재도 지적됐다. 한경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은 “11월 중순인데도 푸른 콩잎에 낙엽이 지지 않아 수확 시기를 잡을 수 없다”며 “폭우와 폭염으로 모든 품목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정부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상경 투쟁을 마치고 귀향하기 전, 영암군농민회 농민들은 모여 농협 정책을 성토했다. 김봉식 영암군친환경협회장은 “나락값 폭락의 주범이 우선지급금 5만원”이라며 “농협이 완전히 돌아서서 농민들을 버렸다”고 비판했다. 권혁주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쌀값이 0.1% 올랐지만, 나락값은 한 달에서 두 달 뒤에나 반영된다”며 “우선지급금을 최소 6만원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농민들의 요구에 대해 농협중앙회장은 “작년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발생한 손실을 중앙회가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농민들은 “말만 앞세우고 실질적 대책은 없다”며 불신을 표출했다.

이어 영암군농민회는 영암군지부와 만나 우선지급금 인상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퇴진운동본부는 다음 달 7일 3차 총궐기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