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특정 언론사에 대한 구독료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격주발행을 이유로 구독료 조정을 요구했던 다른 신문사와 달리, 현재는 동일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며 매월 수십만 원의 예산을 부당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영암군은 격주간지인 A일보에 매월 60만 원(110부 기준)의 구독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는 주 1회 발행하는 여타 지역신문과 동일한 금액이다.

문제는 영암군이 과거 다른 신문사의 격주발행에 대해서는 “구독료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3년 전 모 지역지가 격주발행을 검토했을 때 영암군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일보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격주발행이 시작됐음에도 주간지와 동일한 구독료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월 30만 원씩, 현재까지 약 450만 원의 예산이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한 영암군의 해명은 말장난에 가깝다. 군은 ‘군수와의 대화’ 답변을 통해 “신문 구독료는 주 단위가 아닌 ‘월 구독료’로 신문사가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라며, “특정 신문사만 임의로 2배의 구독료를 집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군의 해명은 크게 두 가지 논리다. ‘신문사가 청구한 대로 지급했다’는 것과 ‘월 구독료는 신문사 자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황당한 논리다. 공공기관이 세금으로 예산을 집행하면서 “신문사 자율”이라는 핑계로 청구금액의 적정성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본적인 예산집행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청구서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것은 예산집행부서의 당연한 의무다.

특히 동일 상품(12면 신문)에 대해 발행 횟수가 절반임에도 동일 금액을 청구했다면 더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던 사항이다. 이는 마치 한 달에 두 번 배달되는 식자재를 네 번 배달된다고 속여 청구해도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한 금액”이라며 그대로 지급하겠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또한 군 관계자는 “실제로는 더 많은 부수를 배포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정보공개청구 결과 구독부수는 110부로 타 신문사와 동일했으며, 추가 배포 증명도 ‘불가능’하다고 시인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내부통제의 부재다. 올해 1월 이같은 특혜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음에도 영암군은 자체 감사나 시정 조치 없이 부당한 예산 집행을 지속해 왔다.

이 같은 부실한 해명의 배경에는 A일보의 부당 구독료 집행을 승인하고 방조했던 전직 군정홍보과 간부들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해당 사안에 대해 본지에서 법률자문을 확인해 본 결과, 법무법인 제현의 김홍석 변호사는 “동일 사안에 대해 특정 언론사만 달리 취급하고, 합리적 근거 없이 예산을 과다 지급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영암군의 내부통제 부재에 대응코자 ‘군수와의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일선 주무관이 정리한 부서 입장뿐이었다. 결국 군수와의 대화가 일반 민원 게시판과 다를 바 없음이 드러난 셈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구독료 과다지급을 넘어, 부당한 행정집행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관행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영암군의 책임 있는 해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